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던 대우조선해양이 노조의 극적인 채권단 요구안 수용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여전히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추가자구책 등 후차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사간 마찰'이라는 중대 리스크를 덜어냈다는 점에서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노조와 회사의 쉼없는 줄다리기에 발목이 잡혀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착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새로 꾸려질 집행부와 사측의 임금협상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내우외환(內憂外患) 형국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 데드라인 2시간 앞둔 노조의 결단...대우조선 경영정상화 길 열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부실로 3분기 1조21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영업적자는 4조3003억원에 달한다.
추가 자금지원이 없을 경우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연말 기준 4000%까지 치솟고, 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을 수 없어 신규 선박 수주가 불가능해진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은 채권단의 자금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채권단이 지원하는 자금은 선박건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각종 인건비, 자재비용 등에 대해 투입될 예정이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영업과 생산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 지원만 받으면 경영정상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우조선 사측과 노조는 지난 9월 추석전 4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 끝에 극적으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동결에 대한 타결을 이뤄냈고, 25년 노사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노조의 이번 결단은 회사의 경영정상화에는 노사의 고통분담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주고 있다.
◆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노사갈등 중...경영정상화는 언제쯤
지난 19년간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 업계에 귀감이 된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와의 마찰로 골치를 썩고 있다. 노사의 임금협상은 5개월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고, 노조는 지난 8월26일 첫 파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 67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8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노사와의 갈등으로 경영정상화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임금협상을 매듭짓고 위기 극복을 위한 본격 조치에 나선 다른 조선업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갈등의 쟁점은 '임금협상'이다. 노조는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말로 딴지를 걸고 있다. 모든 손실의 귀책사유를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고,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조건에서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오는 28일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집행부로 넘어간 임금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한 상태다. 강성과 중도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내건 공약의 면면은 노사협상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27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임금삭감 없는 정년 60세, 기본급 7만원 인상, 격려금 300%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의 임금협상에서 어려운 경영상황 때문에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는 회사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들여봐야할 시점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안타깝다"면서 "노조와 사측이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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