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삼성중공업이 불량 선주로부터 속절없이 당하고야 말았다. 명명식까지 마친 드릴십 1척을 미국 선주사가 인도 직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29일 삼성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미국 선주인 PDC가 일방적 판단에 의해 당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1월 25일 미국의 PDC와 드릴십 1척에 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기한인 10월 27일까지 건조를 완료해 계약의무를 이행했다”면서 “PDC는 삼성중공업의 선박건조 완료 및 인수지체 통보(Tender Notice) 후 이달 29일 일방적 판단에 의해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인도 거부로 삼성중공업이 받지 못한 잔금은 3억3640만 달러로 한화 기준 3851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PDC와 드릴십 1척에 대해 5억17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 했으며 현재까지 1억8110만 달러만 받은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PDC측의 주장이 계약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 당사의 권리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고 있는 드릴십은 지난 6월 선주측이 참여해 선박 명명식을 가졌으며 선박 인도를 위해 필요한 선급의 등록검사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 신청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해당 드릴십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이 장기화 되면서 제값을 받고 팔기란 어려워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LMAA에 중재신청을 한다 해도 해당 발주처가 자금난을 이유로 버틸 경우 잔금을 받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8월 미국의 시추업체인 밴티지드릴링(Vantage Drilling)으로 부터 수주받은 약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을 선주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2012년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6억2000만 달러에 수주한 반잠수식 실추설비(Semi-rig)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특히 프레드 올센 측은 선수금 1억8000만달러의 반환과 이자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드릴링 업체들이 유가가 크게 올랐던 2012년과 2013년 해양시추설비를 무더기 발주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영상태가 어려워지자 온갖 핑계를 대며 인도를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