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검은 사제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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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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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도심 한복판. 화려한 불빛 뒤편, 어두운 골목에 두 사제가 찾아왔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 선택받은 자들의 이야기.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제공 오퍼스픽쳐스·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다.

영신(박소담 분)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그날 이후 어떤 치료로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목숨이 위험해지는 극한 상황에 처한다.

평소 자신을 잘 따랐던 영신의 소식에 김신부(김윤석 분)가 찾아오고 단박에 그가 악령에 씌었음을 깨닫는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에서 영신을 구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지만 이를 위해선 모든 자격에 부합하는 또 한 명의 사제가 필요한 상황.

모두가 김신부의 부제가 되는 것을 기피하는 가운데 신학생 최부제(강동원 분)가 선택되고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 김신부와 최부제는 모두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한다.

‘검은 사제들’은 그야말로 한국형 오컬트 무비의 시작점이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카톨릭과 사제, 그리고 악령을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장소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무속인과 사제가 만나는 장면은 스토리 면이나 이미지 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 이처럼 한국형 공포 스릴러, 해외 오컬트 무비와도 다른 ‘검은 사제들’은 새로운 감각과 형태를 통해 영화 팬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영화는 런닝타임 108분이라는 짧은 시간만큼이나 심플한 플롯을 자랑한다. 이 ‘심플함’은 ‘검은사제’만의 강력한 힘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짧은 런닝타임 동안 빠른 속도감과 높은 집중력을 만들어내며 어느 길로도 새어나가지 않는다. 김신부, 최부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도 정재현 감독은 욕심 없이 순간의 집중력과 선택으로 영화를 끝까지 단단하게 끌고나간다.

특히 영화 후반부 40분가량의 퇴마의식은 영화의 백미. 밀폐된 공간에서 벌이는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신경전은 스크린관을 가득 채울 정도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영화는 장엄 구마 예식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이 집요하고 끈질긴 작업은 흐트러짐 없이 강렬한 긴장과 공포심을 자극하며 ‘검은 사제들’만의 매력을 완성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 김윤석과 강동원의 케미스트리는 ‘검은 사제들’의 분위기의 8할을 차지하며 한국형 오컬트 무비의 ‘시작점’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든다. 베테랑 사제와 의구심을 가진 부제라는 캐릭터는 배우들을 통해 설득력을 얻으며 매력적인 인물로 태어난다. 거기에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는 설정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비주얼로 많은 영화 팬들의 재관람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박소담의 열연 또한 ‘검은 사제들’의 발견. 장재현 감독의 말처럼 1인 5역이라고 봐도 무방한 영신의 강렬한 이미지는 김윤석, 강동원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자랑한다. 11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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