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의 냉각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알뜰폰(MVNO)만 순증세를 기록하면서 번호이동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169만1463명을 기록,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3분기(179만2952명)보다 10만1489명(5.66%) 줄었다.
3분기가 직전 분기(152만3500명)보다는 다소 증가한 모양새이나, 지난 2분기가 2005년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번호이동 수치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번호이동 시장 침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1년간 월 평균 번호이동 수는 56만5074명이다. 일시적으로 정부의 규제로 번호 이동이 감소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긴 시간 시장이 냉각 기조를 유지한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월 평균 60만명을 넘어선 이후 10여 년간 번호이동 숫자는 증가세를 보였고, 이동통신 가입률 100%를 돌파한 후인 2011년에는 월 평균 번호이동자 수는 99만6791명에 달했다. 특히 2012년에는 무려 월 평균 104만6404명이 이통사를 갈아탔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인 지난해 번호이동자 수는 72만명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이제는 월 100만이 넘는 번호이동자 수는 옛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간 보조금 차가 없는 데다 저렴한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면서 번호이동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기기변경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기변경의 비중은 46.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번호이동이 27.5%, 신규가입이 25.8%이었다.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1∼9월 평균적인 유형별 가입자 비중이 기기변경 26.2%, 번호이동 38.9%, 신규가입 34.8%였던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기기변경의 비중은 올 4월 54.7%로 처음 50%대를 넘긴 뒤 5월에는 48.9%, 6월에는 50.6%, 7월과 8월은 각각 53.7%, 54.9%로 줄곧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통법 시행 후 수혜자로 꼽혔던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으나 3분기에 들어서는 순감세로 돌아섰다.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4만4449명으로 순증세로 돌아선 이후 올 1분기 3만1726명을 기록했으나, 2분기 3493명을 순증세를 크게 떨어졌고 3분기는 4026명 순감했다.
이에 반해 알뜰폰은 번호이동 시장에서 지난 3분기 10만2708명의 번호이동자 수를 기록하며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새 정책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중저가폰 대세에 힘입어 초기물량이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SK텔레콤의 '루나'의 경우 알뜰폰으로도 속속 선보였다.
지난달 15일 알뜰폰 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SK텔링크가 루나를 출시하면서 관심을 끌자 CJ헬로비전도 출시했다. 특히 CJ헬로비전은 루나에 최대 지원금인 33만원(월 5만1000원 요금제 이용할 경우)을 투입해 본격적인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이외에도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루나 출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이통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도 마찬가지다. 6~7월 CJ헬로비전을 필두로 에넥스텔레콤과 스노우맨 등 데이터 요금제가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시장 월간 60만명 수준의 냉각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이 펼치는 정책이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동할 정도의 변별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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