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자타공인 금감원 콜센터 '1332'의 홍보대사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감원 콜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실제 기자실에 있는 브리핑 공간 뒤쪽 벽면에 콜센터 전화번호를 크게 붙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브리핑이 있을 때 카메라에 잡히면 간접적인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 처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 관련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내보지만 감독당국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도 상당히 많다"면서 "따라서 돈에 관련돼 의심되는 거래가 있다면 금감원 콜센터에 미리 물어봐야 한다"며 1332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변액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보험사 직원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1332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해준다"면서 "설명을 듣고 그때 가입해도 늦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순명 처장이 1332 홍보와 함께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금융교육'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부도덕한 손익을 많이 취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소비자가 금융사에서 강하게 권유해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우리나라 역시 동양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자기가 주장할 권리는 무엇인지, 의무는 무엇인지를 교육해 소비자 주권을 찾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주권을 모르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상품에 투자할 때 이에 따른 위험을 설명 들을 권리가 있고 금융사는 이를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금융사 직원이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이를 생략하거나 대충 확인서만 받고 넘어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소비자들이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전에는 퇴직하고 남은 수명이 짧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퇴직을 일찍 하는 데다 일을 그만두고도 4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장수위험이 존재한다"면서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내가 벌어놓은 돈으로 50년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금융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 "가난한 집 자녀 금융지식 떨어져… 청소년 교육 강화"
특히 금감원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오 처장은 "성인이 되면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한데 모아 놓고 교육하기가 어렵다"면서 "따라서 학교 공교육이 금융교육을 흡수할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금감원의 노력으로 오는 2018년 신설되는 고등학교 필수과목 '통합사회'에 금융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당장은 금융교육을 공교육에서 받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종의 교과외 활동으로 1사1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사1교는 금융회사 본·지점과 인근 초·중등학교가 결연해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금융지식을 가르치는 캠페인이다. 금감원은 지난 9월부터 1차로 캠페인을 진행했고 11월부터 2차 신청을 받고 있다.
오 처장은 "부의 세속화로 인해 부자가 공부도 잘해 빈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사회가 됐다"면서 "실제로 작년 국민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을 조사했는데 가난한 집 자녀의 경우 금융상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 이러한 차이는 부모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해 실시한 '금융이해력 조사'를 보면 저소득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1.9점으로 중산층(69.2점), 고소득층(68.9)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의 아이일수록 금융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 처장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공교육을 통해 금융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다"면서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1사1교를 통해 최소한의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생으로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또 지금 당장 급한 것이 사회 초년생인데 사회에 갓 나와 금융사기에 당하고 대포통장을 만들어주고 개인 정보를 넘기는 일 등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 금융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고3 수업 또는 대학에서 교양·기초과목으로 금융지식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금감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금감원이 먼저 시작했지만 향후에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각 금융협회의 도움을 받아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계 직전 '회색지대' 사람들 구제 프로그램 필요"
또 오 처장은 "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람은 개인회생, 파산신청 등이 있어 상담이 가능하고 여기서 구제받을 수도 있다"면서 "문제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는데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금융기관에 말하지 못하는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곪아 터진 다음, 즉 빚이 연체된 이후에 금융기관을 찾으면 도와줄 방법이 제한적이다"면서 "공과금만 연체돼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 그 이전에 신용대출을 받아 숨통을 틔우게 하면 구제받을 수 있지만 혼자서 끙끙 앓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에게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를 알려서 방법을 찾게 하고 은행도 자신들의 대출자에 대해 이러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면서 "은행들이 대출 팔 때만 자기 고객이 아니라 연체 직전 한계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구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프로필]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보)
<학력>
△정신여고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경력>
△1978 한국상업은행 입행
△2000 한빛은행 광장동 지점장
△2003 우리은행 압구정동 지점장
△2005 우리은행 연희동 지점장
△2007 우리은행 강서양천영업본부장
△2009 우리은행 인천영업본부장
△2011 우리모기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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