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最古)라던 '증도가자'…진위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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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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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과수 "내·외부 물질 차이, 인위적으로 씌운 먹의 흔적 발견"

  • 남권희 경북대 교수 "활자 주물 방식과 유물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

[사진=증도가자 기초학술연구 조사 내용]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최근 열린 학회에서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주장돼 온 '증도가자'(證道歌子)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달 31일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을 주제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강 연구사는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00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라는 기존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자료'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작년 발주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의 용역보고서로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주장한 남권희 교수(경북대 산학협력단)가 작성한 문서다.

국과수는 이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점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활자 1점에 대해 표면 및 외관 검사, 성분 분석, 서체 비교, 직선도 검사, 투과 금속 밀도 검사 등 비파괴 분석을 시행했고 그 결과 고인쇄박물관의 활자에서 위조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강 연구사는 "활자에 자연적으로 생성됐다고 하기 어려운 뚜렷한 경계선이 있고 표면과 내부가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활자는 먹을 인위적으로 씌운 것으로 보이며 글자의 직선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국과수의 이런 결과에 대해 용역 보고서를 작성했던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활자 주물 방식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온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남 교수는 "고대 청동 유물은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고 적지 않은 금속 관련 연구자들이 활자 안에 발견되는 층에 대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과수가 위조 흔적이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인쇄박물관 활자는 땅속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먹이 묻어 있지 않은 일부 활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직선도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 먹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고려 시대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 먹이 거의 없고 중국에서 그 시대의 먹을 일부러 가져와 묻혔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재 고인쇄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다보성고미술의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는 모두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일부 전문가들은 활자의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활자는 개성에서 출토된 뒤 일본인이 덕수궁미술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는 고인쇄박물관과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활자는 각각 남권희 교수와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대구의 고미술상에게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김 대표 측은 2011년 10월 증도가자 101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 서류에 "대구의 고미술상에게 구입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사들여 국외로 반출한 것을 1995년 대구의 고미술상이 구입했으며 이후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30일 증도가자라고 주장되는 모든 활자의 입수와 보관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활자에 대한 파괴분석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괴분석은 비파괴분석보다 과학적이지만 재료 일부를 훼손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강 연구사는 "비파괴분석이 정성분석(定性分析)이라면 파괴분석은 정확도가 더 높은 정량분석(定量分析)"이라며 파괴분석에 대해 "추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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