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재미 한인 “타민족 사위, 며느리”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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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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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들 “이해 하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한국인이 아닌 ‘인도 사위’가 있다. 반총장의 둘째 딸 현희씨는 유니세프 케냐 사무소에 근무 하던 당시 동료인 인도출신 시드하스 차터지씨와 결혼했다. 주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케냐에서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려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반총장처럼 다른 민족 사위 또는 며느리를 보는 일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낯설지 않은 일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2세의 60% 이상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민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자녀가 태어난 한인부모들의 60% 이상이 ‘미국인 사위’ 또는 ‘중국인 며느리’처럼 타민족 출신 가족을 맞고 있다.

자녀가 12세 이전에 미국에 이민 온 한인부모들, 즉 한인 1.5세의 부모들 역시 절반이 넘는 53%가 다른 민족 사위나 며느리를 보고 있다. 타민족 사위 또는 며느리의 출신을 보면 백인이 가장 많다. 아무래도 미국이다 보니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은 20%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는 자녀가 타민족과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거의 모든 부모들이 거부감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문화적 차이, 언어 등 소통의 문제, 한인사회 내에서의 선입관 등 다양하다. 그것에 비하면 최근 들어서는 부모의 걱정보다는 자녀의 선택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뚜렷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인 부모세대들은 자녀가 타민족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산지 오랜 세월이 지났고 그동안 인식도 많이 변화했지만 막상 자기 자녀의 일이라면 한번 더 걱정하는 마음이 생긴다.

타민족과의 결혼을 반대 또는 우려하는 가장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문화적 차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와 개개인의 생활습관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갈등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로 다른 문화배경을 갖고 결혼한 부부가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부부관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각자가 상대방의 도움 없이 상대방의 관습, 가치관, 취향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만큼 타민족과의 결혼에서는 언어소통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족들이 모두 영어를 잘해 문제를 못 느끼는 경우를 제외하고,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시작해 넓게는 한인사회 속에서 언어소통의 장애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인사회라는 특성상 자녀가 타민족과 결혼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게 만든다는 걱정도 한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한국사회는 타민족과 결혼한 이들을 자기들과 뭔가 다른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이미 한인 1.5세 또는 2세들과 타민족의 결혼이 한인 사이의 결혼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타민족과의 결혼이라는 자녀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려 하면서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자꾸 걱정이 앞선다는 한인 부모가 여전히 많다. 내 아이와 타민족의 결혼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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