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파풍’, 중국 영화에서 할리우드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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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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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파풍' 포스터]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리고 또 달린다. 색다른 소재지만 그래서 더 재밌고 놀라운 사이클의 세계는 관객들이 12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스포츠 안에 인생이 있다는 옛 격언은 틀린게 아니었다. 꿈과 사랑, 야망, 우정 모든 게 이 영화 안에 있다. 그래서 뻔하지만, 그마저도 재밌게 만드는 할리우드 식 블록버스터의 성격을 띈다. 중국 영화 ‘파풍’(감독 임초현)에서 할리우드의 향기를 맡았다.

영화는 왕초우밍과 치우티엔이 홍광팀 에이스 정지원의 파풍수(주전 선수 앞에서 공기 저항을 막아주는 선수)로 팀에 입단하면서 시작된다. 왕초우밍과 치우티엔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왕초우밍은 끝없는 승부욕과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고 치우티엔은 꾸준히 큰 재능은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차분한 성격이다. 뛰어난 실력의 스프린터 정지원을 중심으로 이 세명은 서로의 장단점을 조화시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러다 팀이 예상치 못한 부도를 맞이하게 되며 세 명은 뿔뿔이 다른 팀으로 흩어지게 되며 각자의 팀에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파풍’은 스포츠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1등에 대한 갈망과 팀워크, 그 안에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꿈과 도전 등 스포츠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다. 이 모든 걸 담기엔 125분이라는 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에피소드를 정말 촘촘히 구겨 넣은 덕분에 겨우 가능해졌다. 덕분에 쉬어가는 장면도 없지만 군더더기도 없다. 관객은 125분 내내 집중해야 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기고 주인공 세 명을 포함해 그들 주변 인물들의 사연까지 다룬다. 영화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이클이라는 스포츠의 속도감을 여지없는 보여주는 카메라는 ‘탁월하다’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이클 룰이나, 흥미로운 전략들은 그 자체로 영화의 매력이 된다. ‘파풍수’, ‘스프린터’ 등 일반 관객들이 잘 모르는 사이클 용어와 사이클 경기의 특징을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 설명하는 방식도 뛰어나다. 또 빡빡해질 수 있는 인물들과 극의 위기 상황마다 등장하는 위트들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의 지루함을 해소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여백이 없는 치밀한 구조와 치열한 경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다룬 스토리, 그리고 특유의 ‘위트’는 흡사 할리우드 보는 느낌이다. 카메라 워크나 CG 등 기술적 요소는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조금 피로하다. 125분 내내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스포츠의 역동감에 더해진 너무 많은 이야기와 빠른 극의 전개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다행인건 최시원이 맡은 정지원의 존재다. 극의 두 주인공이 끌고 가는 끊어질 듯 팽팽한 스토리 라인에 중심을 잡아준다. 비단 스토리상에서 뿐만 아니라 단지 외모만으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중국과 세계의 여러 지역을 돌며 펼쳐지는 경기를 따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 할 수 있는 건 보너스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대결은 사이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승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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