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미국의 거물급 부동산 부자 그리고 어프렌티스 TV쇼 진행자로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쌓아가고 있다. 그는 2015년 미국차기대선후보로 4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그토록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거침없는 독설과 막말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가 남긴 막말은 이렇다.
“브루클린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아버지로부터 100만 달러의 ‘소액’을 빌렸다.” 당시 100만 달러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68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6억 9천만원에 달한다. 그의 막말은 거침이 없다. “중국은 교활한 방법으로 환율 조작해 미국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나는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골프장을 가지고 있다. 빨리 오바마가 물러나 골프경기를 열겠다.”,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을 들여오고 범죄를 들여옵니다. 강간범들입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푼돈입니다.”
트럼프는 1968년 워턴 대학을 졸업하자 맨해튼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뉴욕에 있는 여러 부동산들 중 그의 마음을 가장 매료시켰던 것은 59번가부터 시작해서 72번까지 허드슨 강을 따라 쭉 이어진 거대한 철도 부지였다. 당시만 해도 뉴욕 시가 재정적으로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그같이 거대한 땅덩어리를 개발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저렴한 가격에 이 땅을 살 수만 있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땅의 소유주인 빅터를 찾아갔다. 소유주인 빅터는 매우 부드러우면서 매력적인 남자였으며 앵글로색슨 계통의 신교도 백인처럼 생긴 이탈리아인이었다.
트럼프는 그 땅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나는 60번가에 있는 철도 부지가 얼마나 형편없는 땅이고, 게다가 그 근처에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 뉴욕 시도 마찬가지로 그 땅이 문제투성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땅을 내가 사주겠다.”라며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는 60번가와 추가로 30번가까지 포함한 철도 부지를 구매하는데 있어 독점권 계약을 맺게 되었다. 당시 그의 나이 27살 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사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에게 그가 현재 갖고 있는 물건이 자치로 볼 때 별로 대단치 않음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 대단히 유리하다.”라고.
트럼프는 좋아하지 않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변호사들이다. 그가 생각하는 변호사는 거래를 성사시켜주기 보다는 지연시키는 것이고, 그들이 하는 대답이라고는 ‘No’뿐이며, 그들은 싸우기 보다는 화해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트럼프는 굽히기 보다는 차라리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한번 굽힐 경우 잘 굽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이처럼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상대의 가치나 소유물을 깎아내려 대단치 않음을 확신시키고 자신의 가치를 부각시켜 밀어붙이는 형태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왜 트럼프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을까? 기존의 정치에 피로를 느낀 유권자들은 금기시되었던 인종문제, 소수와 약자를 대변하는 트럼프의 행동에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결국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앞섰던 흑인 후보 토머스 브래들리(Thomas Bradley)가 개표 결과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George Deukmejian)과 경쟁에게 패배한 데서 유래되었다. 이는 일부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는 자신의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하여 흑인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응답하였지만, 실제 결과는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백인인 듀크미지언을 선택한 결과로 나타났다.
美 컬럼비아대의 시나 이옌나와 스탠퍼드대의 마크 래퍼 교수가 임의 부스를 설치하고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온 소비자에게 2주일에 걸쳐 잼을 다양하게 노출시켜 몇 명이 관심을 갖는지, 몇 명이 구매하는지를 실험해 보았다. 한번은 24종을 진열했고 다른 한번은 6종을 진열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잼을 24종 보여줬을 때는 방문고객 240명 중 145명이 이리저리 둘러보고 살펴보고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비율로 보면 60%다. 반면 잼을 6종만 보여줬을 때는 소비자 104명이 관심을 보였다. 비율로는 43%다.
여기까지 보면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는 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구매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 잼 24종에 노출된 고객들은 단지 4명만 제품을 구입했고, 잼 6종에 노출된 고객은 31명이 구매했다. 비율로 치면 3%와 30%로 나타나 거의 10배의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더 많은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브래들리 효과처럼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트럼프가 독설과 막말 등 24종의 잼을 노출시켜 유권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그의 손을 들어줄지는 회의적이다.
인간은 너무 많은 대안이 들어오면 정보처리에 한계를 느끼고 결과 선택을 유보하는 성향이 증가한다. 따라서 협상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많은 구색을 주는 것보다 예측가능하고 상식적이며 적당한 구색을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