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진 만큼, 이달부터 정부 주도의 본격적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제조업 위기'라는 공통분모를 안고있는 중국에서도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인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채택한 지난달을 기점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기본노선은 동일하다. 경쟁력있는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쳐내는 자체 생존능력 여부가 핵심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으로, 중국에서는 약육강식(大鱼吃小鱼)이라는 논란을 키우며, 중소기업 중심으로 업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부실로 올해 조(兆) 단위의 적자와 8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 3사가 모두 조 단위의 적자를 내는 것은 국내 조선업이 생긴 후 처음인 만큼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대형 조선사도 내년부터 인력과 조직, 수주를 축소하고 중소 조선업체는 옥석을 가려 통폐합하는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대 1만여명의 업계 인력이 2~3년 내에 감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업계는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 동국제강의 유니온스틸 흡수 합병,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의 경영 혁신 등 이미 작년 말부터 자율적 체질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정부주도의 추가적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철강업계의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업체를 상대로 물밑 권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좀비기업으로 내모는 구조조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끔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지원 등 법과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국도 '다운사이징'...조선사 올해 30개로 축소 관측
중국 조선 및 철강업계도 올해내 대규모 물갈이와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중국 전역에 남아있는 조선사가 30개 안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0년 중국 조선업체가 3000개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내 100배나 줄어드는 셈이다. 이들 30개 조선사의 생산능력은 6000만 DWT(재화중량톤수)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과잉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미 중국의 수천개 조선사가 공급과잉과 수주둔화에 문을 닫았다. 현재 전국 10개 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며, 일부 조선사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매일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사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철강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대 제철 공장인 판청강(攀成鋼)과 중국 2위 민영 철강기업인 하이신강철(海鑫鋼鐵)이 파산을 선언한 데 이어 현지 업계에서는 연쇄도산 도미노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중국내에서는 강력한 수준의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5년간 중국 정부는 △한계기업 퇴출 △환경보호 규제 강화 통한 과잉생산 제한 △생산능력 해외이전 △기업간 합병을 골자로 한 철강업 구조조정을 실시할 전망이다.
핵심방침은 합병구조조정 및 적자생존(兼並重租,優勝劣汰)으로, 수많은 부실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 바람앞의 촛불 신세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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