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이미 마운드 구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사실상 올시즌 KBO 에이스 양현종과 대표팀 마무리 오승환,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우완 에이스 윤석민이 부상으로 빠졌다. 더군다나 대표팀 주력 투수 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이탈해 사실상 ‘우완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가 없어졌다.
반면 각종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강력한 공격력이 이번 대표팀의 강점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올 해 일본 시리즈에서 MVP에 오르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이대호와 5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내며 이승엽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박병호가 중심타선을 구성한다. 또 포수 거포 강민호도 파워로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홈런포와 장타는 믿을 수 없다. 이번 KBO 포스트시즌에서는 막강한 장타력을 자랑하던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 모두 중심 타선의 장타가 터지지 않으며 응집력 강한 두산 베어스에 패했다. MLB월드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장타력을 자랑하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뛰어난 컨택 능력과 주루를 자랑하던 캔자스시티 로얄즈에 패했다. 결국 믿을 건 꾸준한 컨택 능력과 주루, 작전 능력이라는 교훈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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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오프는 든든하다. 국제 경험이 많은 한화 2인방 이용규와 정근우가 상위 타선으로 나선다. 이용규는 올해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타율 0.341(6위), 안타 168개(7위), 출루율 0.427(8위), 도루도 28개(7위)나 기록하며 ‘1번’의 표본을 보여줬다. 정근우도 시범경기 부상으로 인해 전반기에 부진했지만 후반기 완전히 살아나며 타율 0.316, 12홈런, 148안타을 치며 66타점, 99득점이나 올렸고 도루도 21개나 기록했다.
중심 타선에서도 이대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주루 능력을 갖췄다. 박병호는 타선의 핵이다. 타율이 0.343(5위)에 이르면서도 홈런을 53개나 때리고 타점도 146개나 올리는 괴물 같은 성적을 올렸다. 더 놀라운 건 그가 발도 빠른 선수라는 것이다. 2012년 20개의 도루를 기록한 후 부상을 우려한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도루 시도를 줄였지만 그래도 매년 10개 정도의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빠른 발을 지녔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0.326의 타율에 홈런 28개를 치면서 121타점이나 올렸고 매년 두 자리 수 도루를 성공시켰다. 나성범은 도루를 23개나 기록하며 이 부분 11위에 올랐다. 타율 0.326, 홈런 28개, 타점 135개나 올린 선수가 기록한 도루 개수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올 시즌 부상 여파로 조금 부진했지만 컨택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손아섭도 도루 11개를 기록하며 언제든지 뛸 준비가 돼 있다.
정규 시즌에서 도루 26개를 기록한 유격수 김상수도 팀에 속도를 더할 수 있다. 또 도루 31개를 기록한 오재원은 대주자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물론 장타력도 중요하지만 서양 선수들의 파워를 따라잡기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확하고 끈질긴 타격으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고, 루상에서 상대 투수를 흔들어야만 우리 중심 타선에도 찬스가 올 수 있다.
또 한 가지 호재는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들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재호, 김현수, 오재원, 민병헌, 허경민은 모두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외인들도 고개를 저을 만큼 ‘맞추기’에 능한 한국 야구의 컨택 능력을 중심으로 상대 마운드를 공략할 전략을 구상할 때다.
한국, 일본, 미국 등 12개 나라가 참가해 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프리미어12’는 오는 8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2주간의 대 장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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