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최근 국제학계에서 '셀프 심사'가 적발돼 논문이 철회되는 일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의학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가 한국을 논문 셀프 심사의 '원조'로 지목했다.
4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온라인판에는 '과학논문 출간 과정을 해치는 동료평가의 속임수'라는 칼럼 형태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3년 전 한국의 모 연구자가 스스로 '동료평가'를 할 수 있게 가짜 이메일을 만들었다고 자백한 이후 250개가 넘는 논문이 '가짜 동료평가'를 이유로 철회됐다"고 밝혔다.
연구자가 쓴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려면 에디터(편집인)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에디터가 전문적인 영역의 수많은 논문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논문 게재를 신청한 연구자는 자신의 논문을 평가해 줄 동료평가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첨부하고, 에디터는 이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해당 논문의 가치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한다.
물론 논문을 평가하는 '동료'는 논문 저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다.
그러나 NEJM이 언급한 국내 지방 모 대학의 A교수는 논문 게재를 신청할 때 자신이 직접 만든 이메일 주소를 첨부했다. 에디터를 속여 자신의 논문에 스스로 좋은 평가를 하는 '셀프 심사'가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NEJM이 동료평가 방식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세계적인 출판사 '스프링거'가 최근 동료평가 부정을 이유로 자사의 학술지 10곳의 논문 64편을 무더기로 철회한 것이 계기가 됐다.
NEJM은 조직적으로 평가 제공 업체를 동원하는 방식 등 동료평가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다양한 부정 사례를 소개하고 "(부정한 방식으로 동료평가를 받는 것이) 공식적으로 유행이나 다름없다"는 논문 철회 감시 관련 전문 블로그(Retraction Watch)의 글을 인용했다.
이어 "문제는 논문 숫자만으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학계의 분위기"라고 지적하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부정을 잡아내는 것보다 새로운 부정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