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8년 동안 연구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다시 체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염영일(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매월 시상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염 박사는 젖산에 의한 세포 신호전달체계를 규명하고 이의 조절을 통해 암, 염증성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젖산(lactate)은 생체에서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상반된 역할에 관한 젖산의 작용기전은 알려진 바 없었다.
염 박사는 저산소 조건에서 젖산을 인식하는 단백질(NDRG3)을 처음 발견했다. 그는 젖산이 NDRG3 단백질에 결합해 그 발현을 직접 조절하고 이를 통해 저산소 조건에서 세포성장과 혈관생성에 필요한 핵심 신호를 발생시킨다는 것도 최초로 규명했다. 그 결과 젖산 신호전달현상에 의한 저산소 반응의 생리적 기전들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이의 조절을 통한 관련 질병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염 박사는 NDRG3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될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유전자라는 것도 밝혔다. NDRG3 혹은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암세포주는 종양형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젖산생성 효소 결여 암세포에 NDRG3을 인위적으로 발현시키면 암세포의 종양형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써 염 박사는 젖산이 암 유전자인 NDRG3 단백질을 증가시키며 이를 통해 암 세포 성장 및 악성화를 유도하는 세포신호인자로 작용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셀지(誌)에 4월 23일 게재됐으며 국내 및 해외 특허가 출원됐다.
염 박사는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간암과 위암은 서양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한국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다”며 “게놈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해 이 암들의 진단과 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8년의 노력 끝에 좋은 연구 결과를 얻게 돼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는 이 결과들을 이용해 암이나 염증성 질환, 심혈관 질환과 같은 저산소 현상·젖산 관련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실용적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염 박사는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국암학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