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최악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올해 42년 만의 최저 강수량으로 인해 보령댐의 저수율이 20%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미 심각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사용량 기준으로 예측 시 보령댐은 140일 이후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전망입니다.”(변종만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보령권 관리단장)
4일 찾은 충남 보령댐은 댐보다는 오히려 소규모 저수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댐 정상에서 바라본 상류의 수위가 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일부 상류지역과 가물막이댐 등에는 잡목들이 이미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취수탑 아래에 짙게 남아 있는 물때 만이 보령댐의 평소 수위를 짐작케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평소 70m 정도를 유지했던 보령댐 수위(취수탑 기준)는 현재 57.6m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저수율도 19.2%로 떨어져 역대 최저 수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K-water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도 강수량이 적은 데다, 비가 오더라도 댐까지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 매일 4~5㎝씩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 1월이면 보령댐이 저수위에 진입, 3월이면 고갈될 수 있어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보령댐의 고갈을 막기 위해 K-water는 현재 보령과 서산, 예산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 자율적으로 실시 중인 급수조정(20%)을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또 하루 11만5000톤 규모의 금강 백제보 하류의 물을 보령댐 상류로 공급하기 위한 도수로(21㎞) 설치공사도 지난달 30일 착공에 들어가 내년 2월 말 준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보령댐의 고갈을 조기에 막고 용수비축에 따른 인근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K-water 측의 설명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계운 K-water 사장은 무엇보다 전 국민적인 물 절약 동참을 호소했다.
현재 전국 18곳의 다목적댐 가운데 보령댐을 포함한 총 9곳에서 용수비축체계를 운영 중인 상황으로, 가뭄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내년 봄까지 역대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가뭄이 장기화될 전망”이라면서 “당장 내년 봄 가뭄 극복이 최우선인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물 절약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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