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일정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고 법안 심사가 이뤄져야 할 때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에 따라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 여당은 야당에게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장내외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식물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4일 국회에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비경제부처 예산안에 대한 정책질의가 예정돼 있었다. 상임위원회는 정무위원회와 안전행정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산업통상자원위 등 5곳에서 전체회의 및 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회의들은 전부 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했다.
예산안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그전까지 논의를 마무리짓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국회가 공전되면서 졸속심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미뤄졌다. 전날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잠정 연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 3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 처리도 멈췄다. 당초 여야는 3일 본회의에서 '무쟁점'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기업 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원활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과 정신장애자 등에 대한 보호감호 내용을 담은 치료감호법 일부개정안,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처리하기로 했던 총 48건의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도 제자리에 묶인 상태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이달 13일로 이제 겨우 일주일 남짓 남았다. 지난달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공을 정치권으로 돌린 이후 이에 대한 논의는 답보상태다. 결국 정치신인들의 속만 태우다 현역 의원들끼리 자리 나눠먹기로 끝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당만 단독으로 참여하는 반쪽짜리 본회의에 대한 가능성도 나온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산안 심의나 법률안 심사 등 야당에게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할 수밖에 없으면 단독으로라도 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중심에 둔 국민우선원칙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승인이 전제가 돼야 한다.
야당으로서도 의사일정 보이콧과 국정화 반대투쟁으로 끌고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자칫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당의 공격 프레임에 갇혀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과거 세월호 국면에서도 야당이 전면에 나섰을 경우 오히려 우호적 여론을 확장하거나 지속하는데 제약이 많이 있었다"면서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보이콧과 장외투쟁만 할 경우 야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이슈 자체에 대한 지속성과 확장성 줄어들 수 있어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이어 "충실한 예산 심사 등을 위해 여당이 정치력을 좀더 발휘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면서 "역사교과서 이외의 사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함으로써 출구전략을 가져가는 정치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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