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 8개 시·군 주민들, "물 때문에 마음까지 타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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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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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단수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더욱 불안...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충남 8개 시군에 강제 급수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서산시와 태안군 주민들은 대부분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제한급수에 불안감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충남 서해안 8개 시·군에서 자율 제한급수로 물 사용량을 20% 아끼지 못하면 내주부터 급수관 밸브를 강제로 닫아 수돗물 공급을 5%가량 줄이기로 했다.

4일 오전 서산시 동문동 H아파트에는 단지 중앙에 절수를 종용하는 관리사무소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42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상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생활용수 30% 의무절감 강제를 시행한다고 한다'는 글이 적혔다. 절수효과가 미미하면 시간별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니 물 절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단지 중앙에 바닥분수가 있었지만, 여름이 지난 데다 물 사정도 좋지 않아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부 백모(39)씨는 "아이들을 씻기거나 설거지, 빨래를 하다 갑자기 물이 안 나왔다가 몇 초 후 다시 나오지 않아 짜증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금도 불편한데 다음 주부터 강제 급수조정을 한다니 어떻게 살지 불안하기만 하다"는 두려움도 털어놨다.

백씨는 "우리 아파트는 전면 단수는 없었고, 수압만 줄였는데 고층이라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며 "다음 주부터 정말 단수가 이뤄지느냐"고 물었다.

이웃에 사는 주부 전모(41)씨는 "물을 아껴야 하기에 화장실 변기에 1.5ℓ짜리 페트병에 물을 채워 넣었다"며 "고층아파트에 살다 보니 물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물 절약을 수시로 독려하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유모(69)씨는 "세탁물을 모아서 한 번에 빨래하고,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관리사무소의 방송이 수시로 나간다고 전했다.

목욕탕까지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하면서 주민 불편이 커졌다.

목욕탕 주인 박모(52·여)씨는 "제한급수 이후 냉탕의 폭포형 샤워와 어깨 마사지 샤워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온탕 물의 하루 교체 횟수를 평소 10번에서 4번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물이 더럽다는 손님 불만이 잦지만 물 부족 탓에 어쩔 수 없다고 박씨는 고백했다.

그는 "강제 절수가 되면 목욕탕 정수기를 쓸 수 없어 생수를 사다 써야 하고, 습식샤워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수압에서 5%를 더 줄이면 수돗물이 아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근 태안지역의 민심은 서산보다 더 나쁘다. 절수량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해 강제 급수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당국이 갑자기 단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서산에서 태안으로 가는 국도에는 '40년만의 극한가뭄, 20%를 절약해야 단수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태안읍 조석시장의 횟집 주인 김모(52·여)씨는 "얼마 전에 군청에서 24시간 단수를 한다고 했다가 연기하면서 언제 다시 단수를 할지 모른다며 민심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횟집 수조는 바닷물을 쓰기에 물 공급이 줄어도 무관하지만, 주방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물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며 "단수를 하더라도 영업시간은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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