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짜 얼굴이 궁금한, 신예 배우 장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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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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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웨이브온엔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안녕하세요." 데뷔 9년 차, 이번이 두 번째 인터뷰라는 배우 장인섭은 시원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를 건넸지만 기자는 움찔했다. 인터뷰 전날 관람한 영화 '더 폰'에서 본 비릿한 미소의 잔상이 하루가 넘도록 지워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1년 전 살인자(배성우)에게 살해당한 아내(엄지원)로부터 전화를 받은 남편(손현주)이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았다. 장인섭은 권력자에게 기생하며 살인자의 숨통을 옥죄는 김 실장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줄거리에도 포함되지 않는 작은 분량임에도 그가 보여준 연기가 퍽 강렬했나 보다. 그의 유쾌한 입담에 낄낄거리다가도 종종 뒤통수가 서늘해진 걸 보면.

"작품에서의 저는 13㎏이 찐 상태예요. 살을 도로 뺐더니 감독님도 못 알아보시던 걸요. 시사회 뒤풀이에서 '무슨 역으로 나왔다고?'라고 물으시더라고요. 한 달 만에 13㎏을 찌웠어요. 감독님께서 '덩치 좋은 건달 느낌이 나야 한다'면서 마동석 선배님을 목표로 살을 찌워오라고 하셨거든요. 살이 어찌나 안 찌던지 스트레스 엄청 받았죠. 그래도 크게 제작한 의상이 꼭 맞을 정도로 살찌우는 데 성공했죠."

함께 촬영한 배우도 못 알아본다고 김봉주 감독의 눈썰미를 탓할 수는 없다. 기자도 그랬으니까. '도대체 장인섭은 언제 나오나' 기다림에 지쳐 영화 관람 중에 검색을 하고서야 방금 나왔던 김 실장이 배우 장인섭인 것을 알았고,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도 그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멋쩍고 미안한 마음을 숨기려 "프로필 사진 다시 찍어야겠다"며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놨더니 "에이,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라고 말했다.

하긴 어떻게 찍어도 배우 장인섭의 얼굴을 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의와 현실의 사이에 갈등하는 검사(SBS '미세스캅')를 연기할 때, 허풍 심하고 떠벌이인 분위기 메이커 고등학생(KBS2 '후아유-학교 2015')을 연기할 때, 실력이 있음에도 신분 차를 극복할 수 없어 한스러운 조선 시대 평민(SBS '비밀의 문')을 연기할 때 그의 얼굴은 판이했으니까.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원래 대학로에서 활동했던 배우다. "대학로에서는 살 비비고 같이 술 마시던 사람이랑 무대에 서는데, 충무로에서는 꿈에 그리던 선배 배우와 연기한다. 그 앞에서 쫄지 않고, 준비해간 것을 당당하게 풀어놓는 게 가장 큰 숙제"라는 장인섭은 "'더 폰'을 본 동료 배우들이 '대선배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연기해낸 게 대단하다'고 칭찬해줬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우쭐거려도 사실이니 밉지 않다.

국악예고에 진학했으면서 래퍼를 꿈꿨고, 래퍼를 꿈꿨으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해 밴드를 결정했다.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에서는 주인공을 맡아 16곡을 홀로 소화했으면서 "노래는 자신 없다"는 기이한 배우에게 "연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연기는 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타인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어제도 낙산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몇 시간이나 구경했어요. 연기가 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듯, 저도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연기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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