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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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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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점동 변호사(전주 법무법인 백제 대표 변호사)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역사학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거나 역사학도에게는 필독서이다. 역사학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학도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진영을 나누어 대립하고 있으며, 위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김점동 변호사

모두들 역사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듯하다.

바로 국정 교과서의 국정화냐 검인정이냐에서 대립된 이념논쟁 때문이다.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사회의 역사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자.

중국 한나라의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면서까지 놓지 않고 완성하였던 사기를 비롯한 역사서적은 전통적으로 사서오경의 경사자집 중 '사'로서 신성시 되었다. 또한 '춘추필법'이란말로 대표되듯이 역사는 단순히 학문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정치의 지렛대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는 역사기술의 객관성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따라서 왕의 일상생활과 언행의 기록 조선의 사초나 중국의 기거주에 대해서는 왕의 생전에는 절대 열람이 불가하고 그의 공개는 사형에까지 이르는 엄한 처벌을 함으로써 사초와 기거주에 대한 권력자의 감정이나 사심의 개입을 엄격히 차단하였다. 사초문제로 인해 대학자 김종직이 사화에 연루되어 부관참시 당한 사실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학이란 과거의 사실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재구성하여 그 사실의 발생 배경과 이후 진행과정을 얼마나 잘 살피고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방 이전의 역사는 현대 사회와 시간적으로 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실 구성이나 해석에 있어 대체로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해석하는 기본입장이 유물사관이냐 실증사관이냐, 식민사관이냐 민족사관이냐에 따라 다소간의 해석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법체계나 국민감정을 감안할 때 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방 이후의 역사가 문제의 본질이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난 사람이 현재 70세이다. 우리사회가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70세 이상 인구가 국민의 10% 가까이를 점하고 있어 해방 이후 일어난 사건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에 대하여 애증을 가지고 바라보는 국민이 많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실을 나쁜 사실로 기술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실을 미화할 경우 역사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고 항변한다.

우리의 건국 연대와 북한 정권의 건국 등에 대하여 일부학자와 언론 등에서는 그 해석을 헌법에 맡기지 굳이 역사학에 맡길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우리의 생활의 일부를 구성하며, 우리의 애증이 깃들어 있는 해방 이후의 문제는 역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해방이후의 역사는 현대 사회의 가치판단 학문인 법학 · 정치학 · 경제학 · 사회학 등의 평가에 맡기면 된다.

역사 교과서 편찬에 있어서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군사학 · 정치학자 등을 참여 시킬려고 한다는 사실자체가 과거의 사실을 나의 기준, 나의 입맛에 맞게 평가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킬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불순한 의도하에 현실의 가치판단문제를 굳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과거의 사실을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평가해야 할 역사학에 맡겨서 국론분열만 초래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우리 현실의 선악에 관한 가치판단문제를 역사문제로 잘못 오인하고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는 의도하에 공연히 국정화, 검인정화 논란을 초래해 국론분열만 초래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해방 이후의 사건 사고의 구성과 판단문제는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분야의 가치판단 문제에 맡기고 역사적 판단을 자제한다면 현재와 같이 국정화 논란을 둘러싸고 사회가 분열되는 현상이 초래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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