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김혜란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발목이 잡혔던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5일 개점휴업 상태를 사흘째 이어갔다.
여야는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 간 회동 등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시각차만 재확인했다. 다만 원외투쟁까지 감행했던 야당은 일단 국회로 복귀해 원내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을 병행키로 하면서, 정상화 가능성이 다소 커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날 오후 원유철·이종걸 여야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서 만났지만 6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자는 데만 공감한 채 끝이 났다.
정 의장은 회동을 주재하며 "교과서 문제는 교과서 문제고, 국정은 국정"이라며 "여야가 같이 정해져 있는 일정에 따라 국회가 더 이상 공전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는 정부 고시가 됐으니 국사편찬위원회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지 못하고 예기치 않은 일들을 일으킨 전적인 원인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는 앞서 이날 오전에 한 차례 열린 여야 원내수석 간 회동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에 열린 양당 원내수석 간 회동에 앞서 "3일에 하기로 했던 원포인트 본회의를 오늘, 늦어도 내일 오전에는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은 "여야 간 시각차가 이렇게 크다"면서 여야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원내수석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풀어놓아야 하는 모든 의제를 정리중이지만, 여기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결정은 원내대표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협상타개를 위한 묘수 없이 시각차만 확인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내년도 비(非)경제부처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재개해 야당의 공분을 샀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와 여당의 단독 개의에 항의한 후 퇴장하면서 반쪽짜리 예결위가 진행된 것이다.
결국 이날 예정돼 있었던 본회의도 3일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됐다. 외교통일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 및 전체회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결산기금심사소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등 각 상임위 소위원회도 줄줄이 파행됐다.
다만 야당이 향후 투쟁 궤도를 일부 수정키로 한 것은 국회 정상화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국정교과서 철회를 주장하며 모든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했던 새정치연합은 원내에서 예산·입법 투쟁을, 장외에선 역사교과서 저지 투쟁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칫 '민생 외면 정당'으로 몰아세우는 여당의 프레임에 갇혀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역사교과서)는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긴 기간 역사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며 우리는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는 9일부터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 감액과 증액을 본격적으로 결정하는 심사를 앞두고 있다. 15일 활동이 마무리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무쟁점 법안 처리, 국토교통위원장 선출안 등의 현안이 줄줄이 밀려있어 조속한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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