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넓은 미국에 ‘초소형 아파트’ 붐

  • 경제력 약해진 ‘나홀로 족’ 수요 증가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드넓은 국토 면적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소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미국 내 대도시들에서는 당구대 6~7개를 붙여놓은 크기의 좁은 공간에 화장실 주방 거실이 모두 들어가는 초소형 아파트 건축 붐이 계속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지만, 인구 밀집과 주거 공간 축소에 따른 삶의 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시의회는 아파트 건축 시 가구당 최소 면적 기준을 20 평방미터로 조정했다. 20 평방미터 아파트는 옷장, 주방, 화장실을 빼면 실제 생활공간은 약 14 평방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뉴욕시도 기존 51 평방미터이던 최소 면적 기준을 37 평방미터까지 낮추고 이 기준을 적용한 '마이크로 주거 공간(units)' 디자인 33개를 마련했다. 뉴욕시는 33개 디자인을 바탕으로 원룸형 아파트 16만5000가구를 건설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는 이미 23 평방미터 면적의 아파트를 허용했고, 시애틀 시카고 보스턴도 초소형 아파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초소형 아파트 붐은 '나 홀로 가구'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뉴욕시는 전체의 60%인 180만 가구가 1~2인 가구지만, 이들이 원하는 원룸형 아파트는 100만개 안팎에 불과하다. 1인 가구 비중이 41%인 샌프란시스코도 원룸형 아파트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원룸형 아파트의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원룸형 아파트 월세가 2850달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550달러를 넘어섰다.

도시들이 초소형 아파트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종의 '도시 경쟁력 확보 노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소형 아파트 수요자 대부분이 외지에서 온 IT관련 정보 기술 엔지니어, 벤쳐 투자가, 웹 디자이너, 예술가 등 창의적 전문직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의 반대론자들은 초소형 아파트를 '트위터 아파트'로 부른다. 시 당국이 트위터 같은 IT기업 종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획한 아파트란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또한 초소형 아파트가 전혀 '가족 친화적'이지 않을뿐더러, 인구 밀집 현상을 심화시켜 교통 체증, 주차 공간 부족 등 삶의 질을 악화하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부정적인 견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가 가장 큰 문제이다. 초소형 아파트의 수요자들은 대부분 동반 가족이 없는 미혼이거나 이혼, 별거 중인 홀로 사는 사람들로 이들은 보통 가정들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경제위기가 가져온 결과로 혼자를 위한 주거 공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미국인들의 주거 환경은 물론 생활조차도 ‘미니멀주의’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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