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의 한 지자체가 사후에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미리 신청을 받는 ‘희망 장례식’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노인 고독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장례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는 지난 7월부터 저소득 독신가구 노인들을 대상으로 ‘희망 장례식’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 장례식은 생전에 원하는 장례업체와 미리 계약을 맺은 뒤 사후에 지자체를 통해 장례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복지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월수입 16 만엔(약 150만원) 이하이거나 자산 100 만엔(약 940만원) 이하의 독거 노인이다. 현재 요코스카시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은 약 1만 명으로, 이중 20%가 기초생활수급자로 파악되고 있다.
조건에 맞는 노인들이 지자체·장례업체와 계약을 마치면 계약서와 함께 간략 정보를 담은 카드를 소지하게 된다. 사망한 채로 발견되더라도 카드를 통해 계약 내용을 파악해 원하는 형태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통상 고독사로 발견될 경우 자자체에서 공공 비용으로 장례를 치른다. 때문에 자비로 장례를 치르고 싶더라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1월에는 한 70대 남성이 고독사한 채로 발견돼 시 차원에서 화장을 진행했으나 유품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장례 비용으로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15만엔(약 140만원)을 남겨둔 것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공공 복지 비용을 절감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응이 좋은 편이다. 신청 건수가 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장례업체도 9곳으로 늘었다. 도쿄 등 다른 지자체에서의 관심도도 높다.
고독사는 일본 내 중요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도쿄만 해도 지난해 기준 23구내 고독사 건수가 2885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0년에는 1000명 이상 고독사가 늘었다. 노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방에서는 고독사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와나가 리에 일본여대 준교수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방식은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 나온 이 방식이 앞으로 전국에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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