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문제로 지적된 의료기관 낙인효과가 건국대학교 사태에서도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건국대병원이 이 대학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에 선제적 대응을 했음에도 '감염병 병원'으로 낙인찍히면서 환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병원을 질병의 진원지로 낙인찍는 현상은 사태 해결에 악영향만 미친다고 지적한다.
8일 건국대병원에 따르면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대거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외래환자 수가 급감했다.
평소 이 병원 응급실 방문환자가 120~150명 수준인데 폐렴 사태 이후 80명 안쪽으로 줄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환자가 거의 방문하지 않고 있다. 건강검진 취소율도 기존 5%대에서 20%대로 증가했고, 일일 신규 입원환자수는 하루 평균 20명에서 3명으로 급감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해당 환자가 처음 발견된 지난달 25일부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27일까지 정부에 신속하게 보고하고, 같은 달 28일에는 건물도 폐쇄했지만 돌아온 건 '감염병 병원'이라는 낙인이라고 토로했다.
메르스 사태 때도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부분 폐쇄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병원 운영 피해가 막심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건국대의 대응은 빨랐다. 지난달 28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호흡기 환자가 내원하면 격리해 진료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에 빠르게 보고해 해당 환자들이 국가지정병원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누적신고수가 84건을 기록한 이후 추가 신고수는 없으며, 현재 의심환자 55명 중 53명은 증상이 나아져 퇴원한 상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응급실 환자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외래는 물론 헬스케어센터(건강검진센터)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타격이 심각하다"며 "원인 미상인 만큼 '건대 괴질', ‘건대 폐렴'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의료기관에 주홍글씨를 세기는 건 사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감염병 사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병원이 피해를 우려해 오히려 이를 감추고 신고를 늦춰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에 감염병 병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병원 이름을 바꾸거나 폐업하는 원장 등을 여럿 봤다"며 "신고한 병원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성실한 신고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질병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가 퍼지면서 병원 발길을 끊는 환자가 많다"며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는 소문 확산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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