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브랜드 아파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펫네임'(단지명)을 두고 재건축·재개발 컨소시엄 내 건설사들간 갈등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각자 자사의 브랜드를 앞세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 3의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도 많은 데 이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39~150㎡, 9510가구)가 일반에 공개된다. 이 아파트는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했다. 헬리오시티란 제 3의 단지명을 공모로 정했다. 어감상 '지옥'(hell)이 연상된다는 이유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변경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잠실 파크리오', '도곡 렉슬' 등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이 '래미안', '자이', 'e편한세상' 등 건설사 고유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건설사별 브랜드가 주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있지만, 단지명을 너무 길게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협점을 찾는 중에 심각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는 'DMC파크뷰자이'가 입주를 시작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SK건설 컨소시엄이 가재울뉴타운 4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는 총 5개 단지, 4300가구 규모로 지하 3층, 지상 최고 33층, 61개동, 전용면적 39~175㎡로 구성됐다.
파크뷰자이라는 펫네임은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에서 딴 '파크', SK건설의 'View'(뷰), GS건설의 '자이'를 조합한 것이다. GS건설이 앞장서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수요자들이 처음 단지명을 들었을 때 공원 조망이 탁월한 '자이' 아파트로 연상한다는 점이다.
이에 다른 두 건설사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2013년 분양 당시 경의선 복선전철 가좌역, 6호선·경의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의 접근성 등 우수한 교통여건과 학교 신설 등의 교육환경을 강점으로 꼽았다. 해당 단지의 가장 큰 특징을 내세우는 펫네임의 성격을 감안해도 '파크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사 브랜드를 강조하고 싶은 건설사 입장에서 컨소시엄 아파트의 펫네임 짓기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경우 지분율이 가장 높은 건설사의 브랜드명을 앞에 배치·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입지 등 단지의 특징을 부각시키고 싶을 때 길이나 수요자 인식 측면에서 난해한 경우가 많다"며 "이에 전혀 새로운 명칭을 정할 때도 건설사간 그리고 조합 측의 반응을 두루 살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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