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5세의 나이로 별세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인 고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이 보낸 100여개의 근조화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럼에도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의 부친상, 황진하 사무총장 모친상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조사 때마다 빼놓지 않고 근조화환을 보내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만큼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굳이 이번 유승민 부친상에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것은 비단 '배신의 정치'로 내쳐진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 뿐만 아니라, 유수호 전 의원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2대(代)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고인은 박정희 정부 하에서 군사정권 반대시위 주동자를 석방하고 대선 때(1971년) 개표 부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던 인사(울산시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정권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재임용 탈락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의 미움을 산 결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왔다.
아들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원조 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손발을 맞춰왔지만,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지를 업은 이주영 의원을 따돌리고 당선된 이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의 불화를 겪어왔다.
그러다 결국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을 기점으로 임기 5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원내대표 사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박 대통령에 '찍힌' 유승민 의원이 축출당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유승민 부친상에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유족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다”며 “그런 경우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신의 명의로 조화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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