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 역사적 화합이 성사됐다" vs "대만의 입지가 줄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지난 7일 분단 66년만에 첫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중국과 대만 내에서의 반응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 등은 극찬 일색이지만 대만에서는 거센 반발과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은 이번 양안 정상회담 성사를 "역사의 새 페이지를 써낸 의미있는 만남"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2008년 이후 양안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마회(習馬會, 시진핑·마잉주 정상회담)는 민심에 순응한 행보"라며 "이는 '92컨센서스'를 기반으로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얻어낸 필연적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또 '대만 독립' 요구 등으로 양안 관계가 퇴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민간단체인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를 앞세워 합의한 양국관계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해석은 각자에 맞게 하자는 내용이다.
인민일보는 시마회가 정치적 쇼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양안 정상이 핫라인 설치, 거시경제정책 연계 강화, 상품무역 활성화, 상호소통 전담기구 창설, 일대일로(一帶一路) 동참은 물론 청년 취업·창업·교류 확대 등에 있어 협력을 약속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대만연합보(聯合報)는 내년 정권 교체를 노리는 대권주자,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시마회는 대만인 전체의 뜻을 반영한 것이 아닐 뿐더러 양안관계에 있어 대만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8일 전했다.
차이 주석은 "마 총통이 이번 회담에서 대만의 민주와 자유, 대만 인민의 권리를 말하길 기대했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문제만 안고 돌아왔다"며 "이 결과를 대만인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이 주석은 양안회담 개최 직전인 5일에도 "시마회 성사는 밀실 거래에 의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내년에 당선이 된다면 베이징으로 가 불투명한 거래, 내정간섭 등에 대해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시마회가 차이잉원 주석과 민진당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이번 시마회는 내년 총통 당선이 유력한 차이 주석에 시 주석이 직접 '현 상황을 유지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민심도 엇갈리고 있다. 연합보가 양안 정상회담 직후 성인 8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마 총통의 이번 회담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7.1%, 불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은 34%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마 총통이 귀국하자 타이베이 타오위안(桃園) 공항에 회담 찬반세력이 모여들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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