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한국사 국정 교과서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반발이 큰 것은 역사를 기술하면서 권력의 간섭을 거부했던 조선시대 사관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역사학대회를 준비했던 학회들이 발표한 성명에서는 "역사학계가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다고 하면서 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대항해 직필을 실천하고자 했던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하고 후대에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지 말아야한다는 학자적 양심과 소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반대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대항한 조선시대 사관의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역사학자들의 뜻이 드러나 있다.
세종이 사관의 기록을 보려 했으나 신하가 나서 “선대왕의 기록을 보면 사관이 두려워 객관적인 역사를 기술할 수 없다”며 말리기도 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세종이 이후에 다시 선대왕의 기록을 거울삼아 보겠다고 나서자 다시 한 신하가 또 말리면서 다음 왕도 영원히 기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해 ‘조선의 왕 누구도 실록을 봐서는 안 된다’는 교지를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의 자유로운 기술에 권력이 간섭하지 않는 전통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조치가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집필거부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왕이 있는 곳에 항상 사관이 있었고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기록하면서 왕이 쓰지 말라고 해도 ‘쓰지 말라고 했다’고 쓰면서 어떠한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적었다”며 “전근대 사회에서도 사관들이 권력의 간섭을 거부했기 때문에 왕이 더 조심스러워 했고 일거수일투족을 다 기록했기 때문에 말도 행동도 함부로 하지 않으면서 부정부패와 전횡이 덜했고 조선왕조가 500년을 갈 수 있었던 것도 사관이 역사를 제대로 기록했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 민주주의 시대에도 역사를 자유롭게 쓰는 것을 막겠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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