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사로잡기 '향기 마케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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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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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을 연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시카고 매장.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매장 고유의 향기를 이용해 매장에 오래 머무르게 하거나 제품의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세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웨스틴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백차향(white tea)이 난다. 어느 나라에 있든 간에 웨스틴호텔 고객은 똑같은 냄새를 맡게 된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파르나스몰에서는 입구부터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이 향은 ‘아말피 코스트’로 파르나스몰 측에서 향기마케팅 전문 업체에 의뢰해 브랜드향으로 만들었다.

기업의 향기마케팅이 뜨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탈취, 방향제 등 국내 향기 제품 시장 규모는 연 2조5000억원으로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사 제품에 입힌 고유한 향기에 대한 상표 등록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지난해 가을 보스턴, 시카고, 휴스턴 등의 점포에서 나는 사향(flowery musk)에 대한 상표권을 받았다. 작은 기타 모양의 악기 우쿨렐레를 생산하는 'SHS 인터내셔널'은 악기가 풍기는 피나콜라다 향기에 대해 상표를 획득했다. 향기 마케팅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곳은 미국 의류업체 아베크롬비 앤 피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매장 천장에 향수 분사기를 달고 시그니처향이 나는 자사 향수 ‘피어스’를 퍼뜨렸다.

국내에서는 서울 양재동의 더케이호텔은 지난해 7월부터 로비, 객실, 복도 등 호텔 구역마다 각기 다른 향을 나도록 했다. 로비에는 과일향과 사향이 어우러진 콰이어트스트림향, 객실 복도에는 아로마프레쉬사향, 객실에는 장미향이 난다. 더케이호텔 관계자는 “향기마케팅을 시작한 후 고객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높아졌다”면서 “우리 호텔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380여 개의 매장이 있는 아웃도어 전문브랜드 네파는 지난해부터 매장에 삼나무(redwood forest)향을 분사하고 있다. 쟁쟁한 경쟁사 사이에서도 고속 성장하고 있는 슈즈멀티숍 슈마커는 천장에 구조물을 설치,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매장에 퍼지게 했다. 슈마커 관계자는 “향기마케팅을 시작한 후에 매출이 약 15% 뛰었다”면서 “보통 저희 매장(전국 200개)이 경쟁사들이 밀집해 있는 상권에 입점해 있는데도 매출이 올랐다는 것은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 차별화 전략이 먹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냄새가 인간의 감성과 행동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왔다. 벨기에 하셀트대학이 2011년 진행한 연구를 보면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기분 좋은 향을 맡았을 경우 그곳을 재방문할 가능성이 컸다. 1998년 독일 파더본대학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매장 안에서 나는 냄새를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로 인식했다. 특히 차향, 나무향 등 은은한 향이 고객을 사로잡는 데 유용하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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