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여야 간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선거구획정이 늦어진데다 여야 모두 후보 공천안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이로 인해 여야가 겉으로는 ‘젊은 피’ ‘정치 신인’을 수혈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치신인들의 국회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신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선거구획정’이다. 통폐합 또는 분구 등 조정대상 선거구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신인들은 ‘링’이 결정되지 않아, 동분서주하고 있을 뿐이다.
전북 전주에서 출마 예정인 홍석빈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선거구 획정이 빨리 돼야 출마의사를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뛸 수 있는데, 변수가 워낙 많아서 함부로 출사표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구 획정이 다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문재인 여야 대표는 9일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르면 10일 ‘여야 4+4 회동’을 통해 선거구 획정 법정 처리시한(13일)까지 담판을 짓기로 했다.
실무자급인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가 10일 먼저 만나 선거구 획정안 협상과 관련한 의제를 조율한다.
만약 여기서 접점이 마련되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4+4 회동’을 이날 저녁에라도 가질 계획이다.
김무성 대표는 30분여 간의 비공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제일 시급한 문제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 양당이 기준을 만들어 획정위에 넘기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표도 “(실무협의에서) 방안들이 조금 좁혀지거나 몇 가지 선택 가능한 방안이 마련되면 이른 시일 내에, 당장 내일 저녁이라도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하는 4+4 회동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마무리 지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이대로 가면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우려가 있다”며 “종전 선거와 달리 수십 개의 지역구를 조정해야 하는데도 아직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있고, 여야가 추진 중인 공천혁신을 위해서도 새 도전자들의 공정한 선거운동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문제를 여야가 함께 풀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최형두 국회대변인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치신인들은 각 당의 후보 공천안이라도 조속히 매듭지어줄 것을 당 지도부에 당부하고 있지만 ‘소귀에 경 읽기’인 실정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당론으로 이른바 ‘국민공천제’ 실시를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경선 방법이나 시기를 정하기는커녕 이를 논의할 특별기구 인선부터 난항을 거듭해 구체적인 공천 룰 확정은 오리무중이다.
이와 더불어 현역 의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선거법에 대한 개정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신인들의 중론이지만, 선거법 개정 권한을 가진 현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채비에만 몰두해 있어 개정안 논의는 요원한 실정이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날 오후 국회의원 300석 유지 및 지역구 14석 증설, 비례대표 축소에 따른 표의 등가성 확보 방안인 균형의석(BS-Balance Seat)을 골자로 하는 선거구 획정 중재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구 획정 처리 법정 시한을 나흘 앞두고 여야 간 선거구 획정의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중재안을 제시한다”며 “중재안이 여야 협상의 마지막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국회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로부터 1년 전에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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