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영 인천부평구청장, 전체 환경미화원에게 편지로 이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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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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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문의 편지 전문(全文)공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홍미영 인천시 부평구청장은 인천시청노동조합위원회가 9일부터 21일까지 구청 정문 앞에서 ‘도로환경미화원 결원자에 대한 신규 채용 촉구 집회’를 벌이기로 한 것과 관련, 부평구소속 환경미화원 135명 전원에게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홍미영 인천부평구청장[사진제공=아주경제DB]


다음은 편지 전문(全文) 내용이다.

친애하는 환경미화원 여러분

깊어가는 가을, 낙엽지는 계절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예전 여러분과 식사자리에서 어느 계절이 가장 힘드는 지 물어봤을 때
낙엽지는 때가 가장 힘들다 말씀하는 것을 듣고, 안보이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여러분의 노고를 새삼 떠올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보통 사람들은 낙엽지는 걸 즐기지만 여러분은 그 뒤처리에 고생이 많으신 거지요. 더구나 남들은 이번 비가 가뭄 끝에 단비라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비바람 뒤 잔뜩 쌓인 물먹은 낙엽치우기로 고생비라 하겠지요.

새벽부터 수고하시는 여러분의 모습을 현장에서 종종 봅니다.
22개동 숙박행정 할 때 새벽이나 아침에 그 동네를 돌다보면, 또 집근처에서 아침운동 나설 때 어둑한 길에서 열심히 청소하는 여러분을 봅니다.
여러분이 청소하고 간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은 확연히 다르지요.

56만 구민에 외지 사람과 차량이 많아 늘 쓰레기와 먼지가 넘쳐나는 부평구를 깨끗이 청소하는 여러분의 수고에 청장으로서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그대의 노고가 가볍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늘 그대를 기억하리라”라는 시 귀절로 대신해 전하기도 했지요.
그러기에 여러분의 행사와 경조사는 어떤 일정보다 우선 챙겨 위로와 격려를 놓치지 않으려 해왔습니다.

지난 봄 여러분 교육시간에 전달된 부평4동 미화원분들이 만든 ‘작은 빗자루’는 집무실 한 켠에 두고 틈틈이 바라보고 또 자랑합니다.
내심 이런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여러분과 좋은 관계라는 자랑이지요.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책임지는 내 가족입니다. 정규직 공무원도 소중한 내가족이지만 공무직 여러분은 더 돌봐야하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금년 말 퇴직자 이후의 충원 문제에 대한 제 생각에 대해 여러분들이 오해와 우려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글을 전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복무하고 있는 공무직인 미화원 여러분들을 해고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이는 이미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사항이며 오히려 제가 책임지고 보호할 일입니다.

또한 이번 일은 민간위탁이 아니고 민영화 시도는 더구나 아닙니다. 청소구역 중 일부 구간을 대행 용역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의회의 동의도 불필요한 사항입니다
다만 신규 충원 기회에 청소구역 중 작은 구간이나마 우리구 사회적 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에서의 사회적 경제 지원’이라는 점에서 그리 하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퇴직자 7명에 해당하는, 즉 135명 중 7명(22개동 중 1개동)만을 지역공동체 경제활동의 한 영역인 사회적 기업에 주는 정책은 결코 청소업무의 공공성 확보나 여러분의 생존권 수호와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감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 경제로 이미 20여년전부터 캐나다를 비롯하여 유럽의 많은 복지 선진국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입니다.
캐나다 퀘백주는 1990년대 재정위기와 실업률의 증가 문제를 공공부문과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해 극복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 부평을 방문하여 강연과 간담회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전해 준 세계적 활동가 낸시 닌탐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단순히 재정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복리를 위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 자본에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사회적 기업은 노동자의 민주적 의사결정 참여를 기업운영 규정과 정관 등에 명시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보다 민주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전략으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기업에의 대행= 비정규직 양산이란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 왜곡이자 오해입니다. 오히려 사회적 경제를 위해 공공기관을 포함 노동운동 등 지역사회의 파트너 쉽과 협동적인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캐나다 퀘백의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사회운동을 하다가 지역공동체 중심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사회적 경제조직 협의체를 이끌어 온 오랜 경험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정의, 노동자의 권리보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수단’으로 노동운동이 노동자 권리보호에만 국한된 활동에서 지역사회 경제개발과 일자리 창출까지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퀘백에서는 사회적 경제구축에 강력한 지지세력이 바로 노동운동계로서 ‘노조가 더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역할도 할 것인가 ’하는 논쟁 끝에 함께 하기로 하고 노조의 재원기금 일부를 사회적 기업 등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퀘백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자 권익 뿐 아니라 퀘백의 경제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 부평에서도 노동운동과 사회적 경제가 서로 협력하며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이 분의 강연은 서울 서대문구, 경기도 화성, 전북 완주 등 39개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와 올 여름에 구성된 41개조직 협의체인 부평협동사회경제협의회와 공동주최 되어 진행된 사항입니다.

친애하는 미화원 여러분
평소 여러분을 대한 저의 태도나 또 노동조합에 대한 저의 태도는 진정성으로 일관해 왔던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현안에 대한 큰 오해와 불신은 여러분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물론 그간 국영사업의 민영화에 따른 부정적 경험과 선입견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봅니다.
또한 우리 구의 행정 철학과 비전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며칠 전 시청 노조와 우리 구 노조 임원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자료를 전달받았고 여러 말씀을 들었습니다.
정년 퇴직자 몫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일부 구간을 사회적 기업 등에 대행을 맡기면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합원 7명이 줄어드는 것은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유감스러울 수 있으나 그를 대신한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와의 관계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상생의 관계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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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원 중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의 사례를 들며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신규 채용시 선발 조건은 전혀 경제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신체적인 체력 조건 등만 우선하기에 오히려 자활사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 구성원들이 경제적 어려운 형편에 더 해당될 것입니다.
다른 지자체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인건비 삭감의 민간위탁을 했다 해서 그것을 곧바로 우리 구 행정운영방침과 동일시 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우리구의 경우 민영화도, 민간위탁도 아닐뿐더러 지난 5년여 사회통합, 지속가능발전 등 행정의 가치를 모든 사업에 일관되게 반영해 온 점이 다릅니다.
더구나 구청장 측근을 위한 논공행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운운에 대해서는 실소와 유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신규 채용이 질좋은 일자리 유지라고 주장한다면 여러분이 반대하는 질낮은 일자리를 측근 위해 추진하겠습니까 저의 도덕성까지 훼손하는 억지 논리에 깊은 실망을 느낍니다.

새로운 시도에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공무직으로 향상된 여러분의 지위와 신분은 제 임기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기에 확실히 보호됩니다. 이에 관한한 어떤 불신과 불안도 일축할 사안입니다. 평생 ‘사회약자에 대한 배려가 민주주의다’라고 주장하고 실천해온 청장이 왜 여러분을 책임지지 않겠습니까?
수년째 재정자립도 20%, 사회복지비 65%, 빚 수백억의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고 운영한 결과 청렴도 최상위권, 각종 평가에서 대통령표창, 우수 지자체 선정, 각종 사업 국비 공모선정 등 자랑스럽게 버텨왔습니다. 그 버팀목에는 여러분의 노고가 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미화원 여러분
이번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구합니다.
이제 싹터서 자라기 시작하는 부평구 사회적 경제는 공공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지원되길 바라고 마침 이번이 그 시도를 할 적절한 기회입니다.
우려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이 챙겨,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부평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여러분의 땀과 수고가 배어있는 이 도시가 ‘사람사는 세상’의 초석이 되도록 최선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좀 더 행복하도록 보답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11.9 새벽에
여러분의 청장 홍미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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