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선포했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를 지지하던 세력에 의해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다. 법정 소송과 총괄회장 집무실 점거, 언론사 순회를 통한 여론 몰이까지, 휘몰아치듯 기세를 넓혔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27일 몇명의 가족과 함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등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시켰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신 회장과 이사들의 결의로 인해 신 전 부회장은 '1일 천하'에 만족해야했다. 그는 이후 일부 한국과 일본 언론에 직접 나서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는 점을 주장했다.
이처럼 '나 홀로 작전'을 펼쳐왔던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이 영문 이니셜을 딴 SDJ코퍼레이션이란 회사를 만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 회사의 핵심적인 브레인 역할에는 금융권에서 다양한 경력과 인맥을 보유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 법률적으로는 기업 분쟁 전문가를 자처하는 법무법인 ‘양헌’과 ‘두우’가 포진됐다.
민유성 고문과 함께 산업은행에서 홍보팀장으로 재직했던 정혜원 상무와 글로벌 PR 전문회사인 웨버샌드윅까지 합세했다. 부인과 단 둘이 초라하게 움직였던 1 라운드에 비해 SDJ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 하에 전방위적 지원 라인을 갖춘 것이다.
◆총괄회장 건강검진 여부, 나승기 비서실장 변호사 사칭 논란 등 잇딴 거짓말 의혹
신 전 부회장은 이들과 힘을 합쳐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낸 탓에 SDJ호는 최근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과 SDJ코러퍼레이션의 거짓말 의혹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사실이 밝혀지면 '아님 말고'식의 대응도 물의를 빚고 있다.
신 총괄회장 집무실 관리 권한을 두고 롯데그룹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던 지난달 19일, 신 전 부회장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부친을 롯데호텔 밖으로 데리고 나가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신 전부회장은 아버지의 건강검진을 위해 외출 했고,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워낙 건강하다'는 답변까지 들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동안 불거진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검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본보 확인 결과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인사치례로 건강하다고 했지만 의학적 소견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자신들의 발언이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간단히 해명했다. 전형적인 ‘아님 말고 식’의 대응이었다.
또 최근에는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기존 비서실장을 해임하고 자신들의 측근이자 변호사인 나승기씨를 새로운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하지만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비서를 외부 회사의 사람이 맡는 것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진짜 문제는 나승기씨가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 전 부회장 측은 다음날인 21일 오전 10시쯤 부랴부랴 이를 해명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이미 빈축을 산 후였다. 급기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선 이번 일이 단순 실수가 아닌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형사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잇따라 터진 거짓말 의혹이 SDJ 측의 단순 실수가 아닌 여론전을 위한 의도된 무리수가 아니겠냐는 비판도 나온다.
◆ 든든했던 지원군이 리스크로 돌변, 흔들리는 SDJ 사단
홍보와 법률 라인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회복의 핵심 열쇠로 보고 있는 롯데의 중국사업 손실 은폐 주장을 뒷받침해 줄 근거를 찾기 위해 추진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에서 신 전 부회장 측 법무법인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롯데쇼핑 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상법상 위배되지만, 신 전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기본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재판부는 '당사자 표시정정'을 지시했다. 신 총괄회장의 소송당사자는 롯데쇼핑 감사로 정정되면서 신 총괄회장의 심문도 분리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게다가 지난 2일 SDJ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홍보업체인 '웨버샌드윅'의 담당 상무가 한 매체 기자와 벌인 막말 시비는 혀를 차게했다. 잇따른 악재와 자충수에 야심차게 출범한 SDJ 사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법적 분쟁이 시작된 만큼 이 분쟁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빠른 해결만이 그나마 양 측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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