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제대군인, 아는 것만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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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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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형]

취업컨설턴트 송 근 형

상대에 대한 이해(지식)가 부족하면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편견은 다시 오해를 낳고,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해의 부족에서 시작된 것이 감정과 정서를 부정적으로 확장시켜,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접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일하고 있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제대군인 상담창구에는 가끔씩 제대군인 지원대상자가 아닌 분들이 상담을 요청한다.

정부부처별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창구의 문을 두드리거나 ‘제대군인 취업지원’이라는 창구이름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석하여 -대한민국의 성인남성은 대부분 군필자- 취업알선을 요청하시거나 군부대 및 군 관련 시설에 취업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등의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제대군인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설명하면, 바로 수긍하며 자리를 뜬다. 하지만 간혹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는 분들도 있다.

“제대군인은 매달 연금을 엄청 받는다는데.” “없는 서민을 먼저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 “평생 나라에서 월급 받고 일한 사람을 뭐 하러 또 나라에서 취업시켜주나?”나름의 논리로 정부정책과 정치인, 역대정권에 대한 비판까지 일장연설을 하면서 본인의 말에 동의해줄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기도 한다. 이해가 부족하여 만들어낸 편견과 오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소그룹 모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그러나 이번엔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대화가 전개되고 말았다.

근래에 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진행되면서 함께 언급되었던 군인연금에 관한 언론보도내용의 일부가 제대군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게 한 듯 했다.

“계급정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모든 군인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하고, 두둑한 연금 챙겨서 전역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제대군인의 평균전역 연령은 43세, 한참 일할 나이죠. 생애주기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실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은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간 전역하는 제대군인 6천 여 명중 절반 이상이 비연금대상자입니다. 그들도 취업하지 않으면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군의 특성상 사회와 분리된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에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보와 네트워크에 취약하다는 점은 생각해 보셨나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모임의 주제까지 바꾸어 버렸다.

“우리가 몰랐던 이면의 것들이 꽤 많은 것 같네요. 제대군인들에게도 저희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서로가 웃으며 긍정의 표현을 했고, 모임은 나름 훈훈한 모양새로 마무리되었다.

‘긍휼’, 그다지 공감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이 자신의 젊은 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자부심과 긍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 한켠을 열어 편견 없이 이해해주는 것은 어떨까? 제대군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편견의 벽을 허무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 관심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몰랐던 이면의 폭은 줄어들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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