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고 교과서 내용을 집필하는 경우 편향된 특정 시각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집필진을 공개하고 쓰기 시작하면 웬만하면 통설을 반영하겠지만 다 쓴 후에 공개하게 되면 통설보다는 특정 시각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집필을 마감한 다음에는 이미 손을 떼고 떠났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집필진을 공개하면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신중하게 서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당초에는 집필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대표집필진만 공개하겠다고 해놓고 또다시 2명만 공개하면서 약속을 번복했다.
대표 집필진으로 발표됐던 최몽룡 교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면서 공개 약속에서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입장 후퇴가 집필진 구성에서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표한 이후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극단적인 성향의 학자들은 가급적 배제하고 다양한 견해의 학자들이 골고루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사학자들이 대거 집필거부를 공표한 가운데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면서 비공개 방침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초빙 집필진 대부분을 국책연구원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균형을 맞추는 데 자신이 없어지고 기존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이 참여한 데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 입장으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집필진이 편안하게 교과서 내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비공개 방침으로 선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집필 참여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는 앞으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는 “기존에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선정된 학자에 대해 들춰내는 등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찾아 항의하는 등 집필에 방해된다면 소신이 있어도 들어와서 하기 어려워 분위기상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집필 이후 교과서가 나오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신 있게 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