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법원이 정신질환 의심정황이 있는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킨 의사들에게 감금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모(43), 이모(61)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두 사람은 2013년 1월 배모(57)씨가 강제로 데려온 그의 전 부인 허모(53)씨를 병원에 각각 5∼7일 입원시켜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7년 협의이혼한 배씨 부부는 이후 배씨의 숨겨진 재산을 파악한 허씨가 60억원의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법정다툼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배씨는 허씨를 찾아가 결박한 뒤 응급이송차량에 태워 조씨의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배씨는 허씨의 약혼남이 퇴원을 요청하자 퇴원수속 도중 허씨를 다시 제압해 이씨의 병원으로 옮겼다. 허씨는 병원에서 외부와의 연락수단을 모두 차단당했고, 이러한 배씨의 만행은 TV 시사프로그램에 보도돼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사의뢰로 마무리됐다.
재판에 넘겨진 두 의사는 1심에서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만 인정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공동감금죄가 추가됐다. 의사가 합리성이 의심되는 가족 진술에만 의존해 허씨를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두 의사의 입원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족 진술뿐만 아니라 허씨를 직접 대면한 결과 망상장애 등이 의심돼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이라며 "정확히 진단해 치료하려고 입원시켰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허씨를 응급이송차량에 강제로 태워 옮기는 데 가담했거나 공모하지 않은 이상 감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호의무자에게 입원동의서를 제대로 받지 않는 등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의 유죄 판단은 유지했다.
전 남편 배씨는 공동감금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허씨를 강제로 이송차량에 태우는 데 가담한 아들(27)도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