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의 안전성 모의검증 시험에 성공했다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1일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VHTR 기술개발부 초고온가스로요소기술개발팀은 차세대 수소 생산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피동안전성 모의검증 시험을 마쳤다. VHTR은 헬륨을 냉각재로,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며 950℃의 높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없이 대량의 수소와 고효율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제4세대 원자로로 피동안전 개념을 도입해 설계됐다.
제4세대 원자로는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지속가능성과 안전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향상시킨 미래형 원자로를 말한다.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초고온가스로(VHTR), 소듐냉각고속로(SFR) 등을 개발하고 있다.
피동안전(Passive Safety)은 기존에 작업자나 기계의 물리적인 작동이 개입되는 능동안전(Active Safety)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외부 전원이 상실되고 운전원이 조작할 수 없는 극한 사고 시에도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잔열을 공기의 자연순환 현상만으로 제거할 수 있어 원자로의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잔열은 원자로 가동이 멈춰도 핵연료 내 방사성 물질들이 붕괴하며 발생하는 열이다.
연구팀은 VHTR의 피동안전 장치로 원자로공동냉각장치(RCCS)를 개발 중이며, 이를 4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실험모형인 ‘자연냉각시험장치(NACEF)’를 이용해 피동안전성 모의검증 시험을 실시했다.
NACEF는 실제 핵연료가 아닌 전기를 이용해 고온의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사고 조건을 모의할 수 있는 장치다.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NACEF를 구축하고 10개월 동안 5회에 걸쳐 VHTR 원자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사고 조건을 모의했다.
이를 통해 NACEF 내에서 가열돼 가벼워진 공기가 상부의 자연순환 상승관(굴뚝)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고 가열된 공기가 빠져나간 빈 공간에는 외부의 찬 공기가 들어와 다시 가열돼 배출됨으로써 열을 제거하는 피동안전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시험 결과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위스콘신주립대와 공유함으로써 VHTR의 피동안전 장치인 RCCS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민환 VHTR기술개발부장은 “VHTR는 대량의 수소를 온실가스 발생 없이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성연료 생산, 화석연료 대체 공정열 공급 등 산업계 이용 분야가 다양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자력 선진국이 활발히 연구개발 중인 원자로”라며 “피동안전성 모의검증 시험 성공을 계기로 VHTR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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