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책은행들은 대기업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금융시장 안정 및 산업 정책적 요소를 감안해 금융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0년 이후 기업대출에서 국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부문 부실이 심화되고 있어 도덕적 해이 및 독립성 문제 등으로 국책은행 대기업 구조조정 역량이 약화됐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책은행 워크아웃 개시시점은 일반은행에 비해 더 늦은 반면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다.
국책은행의 경우에는 평균 1.3년 늦은 것으로 나타나 일반은행보다 구조조정을 평균 2.5년 지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한계기업 식별 시점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로 3년간 지속된 시점으로 잡았다.
KDI는 주채권은행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신청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함에 따라 주채권은행의 국책은행 여부가 워크아웃 시점 및 실질적 구조조정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부실이 감지되기 시작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한 부분도 국책은행이 워크아웃 개시시점을 지체시킨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최근 수년간 국책은행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은 부실기업 워크아웃 개시시점을 지체시키고 지원을 확대해 금융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은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는 한편 대기업보다는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국책은행 역할을 설정함에 있어 기업구조조정 기능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되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이 채권단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채권 구성이 복잡한 대기업 및 상장기업의 경우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주도할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도 존재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현재 지나치게 확대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금융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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