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31)이 연주한 쇼팽 ‘전주곡’ 음반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클래식 음악 전문잡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그라모폰’은 92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클래식 전문잡지로, 앨범 리뷰 기사에선 정평이 높은 매체다. 특히 새로 발매되는 음반들에 별점을 부여해 가장 뛰어난 음반을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해 오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프로페셔널 연주자들의 신보를 중심으로 심사하고 있는 만큼 그 선정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이렇게 매달 선정된 앨범들은 자동으로 최고의 앨범을 가리는 ‘그라모폰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그라모폰상은 그해 클래식 신보 중 작품성과 레코딩의 완성도 면에서 최고를 가리는 상이다.
임동혁의 신작 ‘쇼팽, 24개의 전주곡’에 대해 그라모폰 리뷰어는 “시적인 감성이 넘친다”며 “전주곡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또한 “쇼팽의 자장가는 지금까지 들어본 최고의 자장가”라고 극찬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깊이 있는 앨범 리뷰어들이 포진돼 있는 그라모폰의 이 같은 평가는 놀라울 만큼 이례적이다.
지난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선 김정원이 비록 본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콩쿠르 위원회가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 입상자 연주회에 초청할 정도였다. 2005년 콩쿠르에선 임동민·동혁 형제가 한국인 최초로 공동 3위에 입상했다. 또한 손열음도 결선 무대에 진출해 쇼팽 콩쿠르에 한국인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2010년에도 김다솔·서형민이 2차까지 진출했으며, 드디어 조성진이 우승을 차지하며 쇼팽 강국의 면모를 증명했다.
조성진이 우승하고 불과 한 달 만에 임동혁이 연주한 쇼팽의 전주곡이 그라모폰 선정 ‘에디터스 초이스’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쇼팽 강국이라는 걸 보여준 것이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평정에 이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 권위지 그라모폰까지 뒤흔든 임동혁의 연이은 쾌거는 K-클래식과 한국 피아노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사건이다.
피아니스트 이경화(피아노 블러바드 대표)는 “조성진 우승을 통해 일반 대중이 쇼팽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클래식 음반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며 “그동안 클래식은 어렵고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통했지만 조성진에 이어 임동혁의 낭보로 한국은 진짜 실력파 스페셜리스트가 포진된 세계적인 피아노 강국이란 걸 확실하게 보여줬고 클래식음악 대중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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