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중점 추진중인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 3분기까지 국내은행의 대손 비용은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때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다. 3분기 중 충당금 규모는 1조9000억원이지만 4분기에는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날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올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175곳으로 전년대비 50곳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2개)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이다. 특히 최저등급인 D등급이 105개로 작년(71개)보다 48%(34개)나 증가했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채권은행들이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엄격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부실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어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개별 대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3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려냈다. 여기에 다음달까지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 대기업에 대해서도 옥석가리기를 진행중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시중은행을 비롯해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대출 자산 건전성을 분류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대기업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기업의 사정이 중소기업보다 더 나쁘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기업금융 조기경보 모형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2014년 14.8%로 5.5%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의 연체율도 지난 8월 기준 1.04%를 기록해 중소기업 연체율(0.99%)을 웃돌았다. 한국은행의 분석 역시 좀비기업 수가 2009년 2698개(12.8%)에서 2014년 3295개(15.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부실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는 은행들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충당금이 추가 적립될 것이며 올해 충당금은 작년과 비교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도 산업 전반의 경기 부진과 일부 대기업 계열사의 부실화 우려로 추가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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