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가 11일 재판에 출석, 범인의 덩치가 피해자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피고인 아더 존 패터슨(36)의 두 번째 공판에서 사건 부검의였던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는 "피해자보다 키가 4㎝ 작은 사람도 팔을 올리면 목을 수평으로 찌를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18년 전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의 상흔에 난 칼자국을 보면 피해자의 목 부위가 낮게 느껴지는 사람이 범인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은 덩치가 큰 에드워드 리(36)를 범인이라고 보고 살인범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날 재판에 다시 나와 "당시 일반적인 가능성을 말한 것이지, 패터슨이 범인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피해자의 목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 수평으로 찌르더라도 똑바로 서있을 때 위에서 아래로 찌른 경우와 동일해질 수 있다"며 "피해자가 소변을 볼 때 다리를 벌렸다면 키가 좀 낮아질 수 있고 4㎝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조중필씨의 키는 176cm였고 패터슨은 4cm 작은 172cm다.
이 교수는 당시 '범인은 피해자가 방어 불가능할 정도로 제압할 수 있는 덩치의 소유자'라고 진술했던 취지가 제압하거나 치명상을 만들어 더이상 반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장한 피해자가 전혀 방어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상처가 9개나 생겼기 때문에 힘으로 제압됐든지 초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서 저항을 못했을 것이란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피고인은 머리와 얼굴, 손에 피가 범벅됐고 에드워드는 일부에만 적은 양이 묻었다는 정보를 알았다면 법의학자로서 둘 중 누구를 칼로 찌른 사람으로 생각하겠느냐'는 질문에 "피가 범벅된 쪽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에 맞서 패터슨의 변호인은 "칼을 엄지와 검지 사이로 잡고 목과 같이 인체 상단 부위를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공격하려면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키가 큰 것이 용이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교수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변호인은 또 "가해자가 바로 현장을 도망친다면 많은 피가 묻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교수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사건당시 패터슨이 세면대와 소변기 사이에 서 있었다는 진술에 관해 이 교수는 "세면대와 거울, 화장실 벽 등에 있는 혈흔 등을 살펴볼 때 패터슨의 진술대로라면 그 같은 혈흔이 나타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피해자가 쓰러지면서 혈흔을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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