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지난 9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가 터지면서 잘나가던 독일 브랜드 업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에 올해 하반기 수입차 판매 순위에도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0월 판매량이 채 1000대가 안되며 급락했다. 더불어 10월 수입차 전체 판매도 전달 대비 14.5% 하락하며, 누적 20만대 판매도 한달 미뤄졌다.
10월까지 누적으로 수입차 판매순위 차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 브랜드 푸조다. 푸조 이외에는 전부 지난해 순위권에 머물렀던 모델이다.
지난해 10월에 출시돼 매달 꾸준하게 200~400대 판매되던 푸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08 1.6 e-HDi’는 합리적인 가격의 수입 소형 SUV라는 장점을 내세워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인기를 얻고 있다.
10월까지 푸조 2008은 3584대가 팔리며 10위에 올랐다. 월별 판매 순위에서 10위권밖에 머물던 푸조 2008의 10월 판매 1위는 가히 ‘역주행’이라 부를 만하다. 디젤게이트로 인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푸조는 2008 1.6 e-HDi 모델의 약진을 바탕으로 올해 누적 점유율 3%를 기록하는 등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디젤게이트 변수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 1위는 2년 연속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유력해 보인다. 티구안은 10월까지 7041대가 팔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
10월에는 폭스바겐의 신뢰하락 때문에 티구안도 지난달 771대 판매에서 201대 판매로 급감했다. ‘싸고 품질 좋은 수입차’‘갖고 싶은 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링카 라인업인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판매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위는 아우디 ‘A6 35 TDI’(5647대), 3위는 BMW ‘520d’(5380대), 4위는 폭스바겐 ‘골프 2.0 TDI’(5264대), 5위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4576대) 모델이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는 상위 판매 10대 모델 중에서 8대를 차지하며 굳건함을 과시하고 있다.
BMW 관계자는 “BMW 디젤 세단 라인업은 탁월한 연비는 기본이고,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면서 “또 오랫동안 고객에게 신뢰를 얻은 브랜드 가치와 서비스 등이 합쳐져 지금의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 520d는 복합연비 16.1㎞/ℓ에 2.0ℓ BMW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돼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면서 주행 성능을 높였다. 520d XDrive는 사륜구동으로 출시돼 야외활동을 즐기는 고객의 요구에도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위는 BMW 320d(3727대), 7위는 렉서스 ES300h(3701대), 8위는 BMW 520 xDrive(3667대), 9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220 블루텍, 10위는 푸조 2008이 차지했다.
수입차 판매 순위안에 렉서스 ES300h를 제외하면 전부 디젤 차량이다. 렉서스 ES300h는 CVT 16.4 km/ℓ의 연비를 자랑하며, 하이브리드 차의 정숙성과 렉서스의 고객 지향적 디자인이 빛을 발휘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디젤게이트가 있었지만, 올해는 푸조 2008의 선전 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들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폭스바겐이 고객에게 재신임 받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순위권에서 티구안, 골프, 파사트를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폭스바겐의 몰락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폭스바겐에서 리콜을 결정했고,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또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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