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체결한 데 이어 현대상선으로부터 2000억원의 차입금까지 돌려받으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사 중인 STX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방안과 함께 다음달에는 금융당국발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트(신용위험 평가 결과)까지 나올 예정이어서 여전히 갈 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실사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주 중 처리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STX조선 추가자금 지원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이며, 주간보고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르면 다음주 후반, 혹은 이달 말쯤 처리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채권단이 약 2년간 4조원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3038억원의 영업손실, 올 상반기 영업에서도 255억원의 적자를 냈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함께 4조2000억원 규모를 지원하는 MOU를 체결하고 현재 자금 투입을 앞두고 있다. 대우조선도 임금동결 등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쟁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이같은 지원이 있기까지 시장에서는 '밑 빠진 독의 물 붓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현재 더 중요한 문제는 STX 정상화"라며 "STX조선은 이미 자금 지원이 이뤄졌는 데도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더욱 거센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정부 주도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채권은행들의 건전성 지표 하락마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는 17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워크아웃을 추진해 채권단 지원을 받거나 채권단 지원없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이어 다음달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내년 초부터는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중소기업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업체들의 규모를 모두 합쳐봐야 대기업 한 곳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구조조정 명단에 채권단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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