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면가왕, 가리니 비로소 보인다?…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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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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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사진제공= VC경영연구소]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모기향 필 무렵, 찜질중독 양머리... 화려한 복면과 이를 상징하는 기발한 닉네임이 주말 저녁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이야기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기존의 서바이벌형 음악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복면가왕은 출연자의 정체를 닉네임과 복면 속에 꽁꽁 숨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는 복면 속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달아오른다.

복면을 벗고 나타나는 인물들은 대부분 예상에서 벗어난 뜻밖의 가수들이었다.

특히 가왕의 자리에 올라도 손색없는 실력자들이 그것도 1라운드에 내리 탈락하는 이변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바다는 록의 전설 시나위의 5대 보컬로 활동했으며, 그가 참여한 6집은 지금도 한국형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의 진수로 평가받는 시나위의 명반이기도 하다.

이름값만 놓고 보자면, 최소 3라운드에 올라 가왕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가왕급으로 평가받는 그의 1라운드 탈락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의 결과였다.

복면의 힘은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을 연상시킨다. 파리의 심판은 1976년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실시된 블라인드 테스팅에서 미국의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아성을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을 말한다.

당시 와인하면 프랑스를 세계 최고로 여기고 미국 와인은 전통이 없다고 쳐주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 이길 것이라고 여겼으나 결과는 놀랍게도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미국 와인이 석권했다. 와인을 평가했던 패널들이 프랑스 와인 업계의 주요 인사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맛을 잘 안다는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레이블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에 지배당해왔던 것이다.

이처럼 편견과 선입견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가치귀착(value attribution)’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치귀착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마음에 드는 옷을 놓고도 가격표를 보았을 때와 보지 않았을 때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 이때 가격표는 지각된 가치가 되는 것이다. 공짜로 받은 판촉물을 애지중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짜라는 지각된 가치가 물건의 실제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만들어 허접스럽다는 선입견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주고 산 명품이라면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매기기 마련이다. 이

처럼 가치귀착은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마다 개입해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바꿔놓곤 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일정한 가치를 귀착시키는 순간, 즉 선입견을 가지는 순간 그걸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아주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편견도 거부합니다.”

복면가왕의 MC 김성주는 매주 수차례 이 말을 반복한다.

여전히 자신만의 기준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노래를 듣는 평가단과 시청자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묵직한 중저음의 소유자가 홍석천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판정단 얼굴에 나타난 당혹스러움과 놀란 표정은 우리가 가진 편견의 일면이었다.

“편견에 부딪혀 좌절한 사람이 많다. 진실된 모습을 알려고 노력하면 상대방의 새로운 걸 볼 수 있다.”는 홍석천의 말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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