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심사는 각 사업자가 내세운 입지와 명분에 따라 결과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혀 없지만 동대문이라는 입지를 내세워 사업권을 획득하게 됐다.
서울 중구 백화점에 들어설 신세계 면세점은 '도심관광 활성화' 카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었다.
여기에 롯데가 지킨 소공점까지 포함하면, 결국 서울 도심과 동대문 등 가장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에 면세점이 집중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심사위원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과 남대문·동대문시장을 끼고 있는 '동대문-남대문' 라인에 면세점을 두는 것이 외국인 유치를 통한 관광 활성화와 상생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명동과 동대문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1, 2위이다.
신세계도 바로 이 점을 노리고 "도심에 또 하나의 새로운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도쿄의 긴자, 홍콩 침사추이, 뉴욕 맨해튼 등 관광 콘텐츠가 몰린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관광권과 달리 서울 도심 관광 경쟁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산의 승리 역시 동대문이라는 입지 조건에 기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다음으로 많이 찾는 동대문에는 면세점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동대문에 면세점을 세워 '서울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성장시키겠다는 두산의 전략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마음을 얻은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동대문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간 710만명으로 1위인 명동 지역의 80% 수준이다. 하지만 지출 규모는 명동 지역의 약 30%에 불과하다.
두산은 면세점이 들어서면 '낙수효과'가 나타나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고, 면세점 입점 이후 5년간 면세점을 통해 동대문 지역으로 신규 유치되는 관광객이 13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SK는 워커힐점은 잃은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도심에 주로 몰리기 때문에 잠실(롯데 월드타워점)이나 광진구(SK 워커힐)는 입지 측면에서 불리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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