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없는 기업들의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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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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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뒤를 받쳐주는 빽이 없다보니 수난을 당하는거 아니겠습니까?” 한 재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산업계가 확인되지 않은 인수합병(M&A) 소식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가 직접 강제합병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너지는 물론 생존을 위해 강력한 자구안을 마련해 회생의 기회를 노리는 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우려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생산설비가 없는 기업이나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이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한다.

15일 산업계와 금융업계,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한진해운의 합병설이 꾸준히 양산 확대되고 있다. 양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으나,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양사를 강제합병한다는 소문부터, 현대그룹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상선을 내려놓고 증권만을 가져간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SK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시장에 쏟아지며 주가하락과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및 성동조선해양 등의 지원을 위해 대규모의 자금지원안을 마련했다. 반면 해운업체를 대상으로는 강력한 자구안을 마련하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최근 공급량 과잉과 물동량 감소 등으로 최악의 해를 보내는 상황에서, 조선업계 생존방안만 나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운업종이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곳이 아니다보니, 지원안보다 인수합병 소문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조선업계의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나서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촉구할 수 있지만, 해운업계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탄탄한 지역구를 배경으로 둔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반대 기업의 경우 큰 화를 당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단행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서 알 수 있다.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당진발전소를 묶어서 파는 패키지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으나 산업은행이 이를 강행하다 실패하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재계 관계자는 “호남권을 기반을 둔 금호그룹과 강원도를 기반으로 한 동부그룹의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면서 “정치권의 도움을 받지 못한 동부그룹이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을 당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주도의 빅딜은 단기적 성과를 나타낼 순 있겠지만, 오히려 동반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면서 “정치논리를 배제한 기업의 재평가를 위해서라도 기업대 기업간 인수합병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시장형성과 시장을 교란하는 악성 루머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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