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금융당국이 독점적인 한국거래소 상장심사권을 증권사에 넘길 전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거래소가 해마다 기업공개(IPO) 목표치에 맞춰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불합리한 일"이라며 "증권사가 우수 기업을 발굴해 직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IPO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제한적인 인력을 가진 거래소 홀로 쫓기듯이 건수를 채우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미리 목표치를 정한 다음 상장심사를 하면 시간에 쫓겨 부실화될 수 있다"며 "시장(증권사)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는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IPO 목표치를 각각 20곳, 100곳으로 잡고 있어, 사흘에 1곳 꼴로 예비 상장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현행 상장심사 규정은 거래소 내규로 돼 있고,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고칠 수 있다. 다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와 업계 간 입장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 일거리가 생기는 것을 꺼릴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신규 상장사가 더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어떤 기업을 상장시킬지는 시장 운영자인 거래소가 정해야 할 문제"라며 "이를 두고 거래소와 금융당국 간에 이견이 있다면 협의를 통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 식으로 절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넥스는 거래소 상장심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지정자문인인 증권사에 상당 권한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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