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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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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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細田守)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언제나 청춘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로 하여금 일컬어지는 청춘의 상징은 곧 호소다 마모루(48) 감독이었으므로. 쨍하니 빛나는 햇살과 청명한 여름 공기, 인물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은 언제까지나 그를 대변할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소다 감독은 청춘 보다는 가족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은 평범한 어머니가 특별한 아이들을 키우는 가족드라마(영화 ‘늑대아이’)로 반영되었고, 신작 ‘괴물의 아이’까지 이어졌다. 청춘이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 그것은 곧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야기기도 했다.

11월12일 영화 ‘괴물의 아이’(감독 호소다 마모루·수입 얼리버드픽쳐스·배급 CGV아트하우스 리틀빅픽처스)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주인공이 가진 크고 작은 변화에도 불구, 변함없는 ‘성장’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늑대아이’ 같은 경우는 실제 혈연에 대한 이야기를 ‘괴물의 아이’는 피가 이어지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실제 아버지 보다 마음속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죠. 그래서 일부러 전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인간과 짐승이라는 설정을 둔 거예요. 이 모든 계기는 저의 아이이고, 제 아들이 자라나면서 수많은 가슴 속 아버지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토리를 만들게 된 거죠.”

영화 ‘괴물의 아이’는 갈 곳 잃은 시부야의 거리에서 배회하던 9살 소년 렌(미야자기 아오이 분·소메타니 쇼타 분)이 인간세상으로 나온 쿠마테츠(야쿠쇼 코지 분)를 만나게 되고, 그가 사사는 괴물의 세계로 발을 들이면서 생기는 내용을 담았다, 쿠마테츠에게 큐타라는 이름을 얻게 된 렌은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細田守)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괴물의 아이’와 ‘늑대아이’는 큰 차이가 있어요. 바로 아이의 유무죠. ‘늑대아이’를 작업할 당시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어요. 아이를 갖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서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괴물의 아이’를 만들면서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건 아이들과 어른이 대화하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동물들과 대화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어른들과 대화하는 아이들은 없더라고요. 왜 그럴까 고민 끝에 아이들이 소중한 것을 배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죠. 그래서 큐타가 동물 세계에서 자라는 설정을 담고 기본 착상을 얻게 된 거예요.

그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후로 볼 수 있는 변화는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해왔지만 어딘지 모르게 꼭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두 작품의 연관성을 느꼈다”는 기자의 말에 호소다 감독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분명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모성애와 부성애로 나눌 수 있겠죠. 물론 관련은 있지만 일부러 연결 지어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늑대아이’나 ‘괴물의 아이’는 현대사회 가족의 형태 등 문제에 대한 의식을 담았기 때문에 결국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죠.”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호소다 감독은 인터뷰 내내 아이에 대한 애정과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문득 극 중 쿠마테츠가 아버지로서, 스승으로서 큐타에게 기쁨을 찾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던 감독인 만큼 그 장면 역시 호소다 감독의 심정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궁금해졌던 것이다.

“맞아요.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감정은 쿠마테츠와 큐타에 많이 반영되어 있죠. 정통적인 가치관에 따르면 어른은 완벽한 존재고 아이는 모르고 미성숙한 존재라고 표현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배운 점들도 많거든요. 아이를 키울 때 요구되는 것도 많고, 저의 미숙함을 깨닫기도 하고요. 그 과정은 쿠마테츠가 느끼는 것과 같았어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의 청춘과 사랑, 그리고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의 가족애와 성장까지. 호소다 감독은 자기 안의 재료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가장 가까이 느끼는 감정들을 쏟아냈다. 이에 “차기작 역시 호소다 감독의 이야기가 반영될 계획인지” 물었다.

“정말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가 이렇게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줄 몰랐어요. 결혼 전에는 ‘결혼은 사회적 계약이야. 정말 재미없는 삶이야. 시간 낭비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며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아이를 낳으면 막연히 제가 멋진 아버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거든요(웃음). 체험, 변화, 사고방식 등변한 것들을 신선한 심경으로 담으려고 했고 앞으로도 드러날 것이라 생각해요.”

일본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細田守)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 때문일까. 호소다 감독의 차기작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부분에 있었다. 그가 현재 느낄, 앞으로 느낄 감성과 에피소드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기자는 차기작을 묻는 대신 ‘가능성’을 묻기로 했다. 호소다 감독의 심경을 빼곡하게 기록한 ‘괴물의 아이’가 전작의 소녀다운 감성과는 달리 남자아이들의 세계, 그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담아냈으니. 앞으로 그의 작품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이었다.

“제 아이가 아들이기 때문에 이번 주인공이 아들인 게 맞아요. 만약 아이가 딸이었다면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겠지요. 어쩌다 보니 저는 아들 낳았고 어쩌다 보니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인생에서 ‘어쩌다’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태어날 아이가 딸이라면 여자 아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겠죠?”

외동아들인 호소다 감독은 “어머니, 아내 그리고 연인으로 여성을 그린 적은 있었지만 누나, 여동생, 딸에 대해서는 생각도, 표현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마치 새로운 존재, 판타지에 관해 설명하듯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는 “만약 딸이 태어난다면 이제까지 전혀 몰랐던 존재의 여자를 알게 되는 것”이라며 “그 놀라움과 기쁨을 담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하고 되물었다. 과연, 그의 새로운 경험 그리고 새로운 관계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많은 분들이 흥행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느냐고 물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사실 영화의 흥행은 저의 노력은 아니거든요. 남의 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웃음). 다만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닿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의 한 학생이 ‘괴물의 아이’를 보고 ‘나의 가슴 속 구멍을 채워줬다’고 말해줬는데 정말 기쁘고 보람됨을 느꼈습니다.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제가 말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영화감독으로서 관객과 다이렉트로 대화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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