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그래도 아직은 ‘여왕벌’ 정대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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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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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O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지난 16일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쿠바와의 8강전,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하던 좌완 차우찬이 선두 타자 구리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5점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흐름을 타면 무서운 쿠바 타선을 감안하면 무사 2루에서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베테랑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을 올렸다. 마운드에 올라온 정대현은 2번 타자 구리엘을 공 4개로 가볍게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번 구리엘을 2구만에 유격수 땅볼, 4번 데스파이그네를 우익수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여왕벌’ 정대현이 돌아왔다.

한국 야구 역사상 국제 대회에서 가장 강했던 투수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정대현을 고를 수 있다. 1999년 경희대학교 시절 호주에서 열린 대륙간컵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한 정대현은 대회에서 1승 1패 방어율 1.47의 성적으로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국가대표 마운드의 단골손님이 됐다.

언더핸드 투수가 희귀한 해외 선수들에게 유리한 면도 있었지만 제구와 구위가 워낙 좋았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WBC대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아시안 게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팀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 위기 상황에 등판해 병살타로 경기를 매조지한 장면은 한국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그의 국가대표 통산 기록은 3승 2패 4세이브 방어율 1.76이다.

프로야구 선수로도 그는 이제 전설에 가깝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기 전 SK 와이번스의 ‘벌떼’ 마운드의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던 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는 2001년 SK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11시즌동안 통산 1.93의 경이적인 방어율과 99세이브 76홀드를 거뒀고, 이 기간동안 569이닝을 던지며 피홈런을 24개밖에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했다. 특히 2007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무려 78⅓이닝을 던지며 0.92의 방어율에 27세이브를 거두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의 성적은 만화에나 나올법하다.

2011년에는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물거품이 됐고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후 흘러가는 세월을 정대현도 피하지 못한 듯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실력은 예전만 못했고, 높아진 방어율과 피안타율은 과거의 그는 사라진 듯 했다 그러던 중 정대현은 올 시즌 막판 재기에 성공했고,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 극적으로 승선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대회 3경기에 나와 3과 ⅔이닝을 던지며 안타를 한 개도 맞지 않았고, 볼넷 하나만을 내주는 철벽투를 보였다. 11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으로 단 한 명에게만 출구를 허용했다. 전체 타자중 외야로 공을 보낸 것도 한 명에 불과하다. 모두 삼진 아니면 내야 땅볼로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갔다. 압도적인 구위와 제구로 인해 남미 타자들은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정대현이 베이징 올림픽 1사 만루 상황에서 쿠바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경기를 마무리한지 7년이 지났다. 당시 유망주였던 구리엘은 이제 31살의 당당한 핵심 타자가 됐고, 정대현은 어느새 37살의 노장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정대현은 쿠바 킬러로, 그리고 한국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로 남아있다. 전력 누수가 많은 이번 대표팀 구성에 정대현의 부활은 천군만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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