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기업소유구조의 글로벌 동향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소유집중 기업구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 회사 지배권을 행사하는 '소유·지배 비례원칙'을 따르는 '소유분산 기업구조'가 보편적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유형의 소유지배구조와 소유집중 기업구조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유연성을 인정해 주는 정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유집중기업 비율이 높은 국가의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과 신규 상장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소유분산 기업구조는 더 이상 보편적인 기업구조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소유분산 기업구조가 전제가 되는 소유·지배 비례원칙에서 벗어난 다양한 유형의 소유지배구조 기업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OECD조사에 따르면 1998년 이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소유분산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기업집단 및 가족기업 등 소유집중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국의 시가총액을 100%로 할 때, 1998년 이후 소유분산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58.88%에서 44.13%로 14.75%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유집중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20.26%에서 37.29%로 17.03%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적은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소유집중기업과 가족기업들이 많은 OECD 비회원국 기업들의 신규 상장 비율은 13%(1995년과 2003 평균)에서 55%(2008년과 2012년 평균)로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는 소유·지배 비례원칙에서 벗어나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유연성을 인정해주고 경영권을 안정화 시켜주기 위한 정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실례로 덴마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보유 주식 수와 의결권 비율이 1:10 이상으로 벌어지는 차등의결권 주식발행을 금지하고 있는 상법을 개정해 개별 회사와 주주들이 자유롭게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소유분산 지배구조를 특징으로 한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2008년 이후 차등의결권 주식발행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소유지배 비례원칙에서 벗어나는 소유지배구조를 직접 규제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과 지주회사 규제 등이 그것이다. 상법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도 금지돼 있다. 이러한 규제 외에도 우리나라 정책의 기본방향은 소유분산 구조를 바람직한 것으로, 소유집중 구조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전제하며 설정돼 있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선진국들이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다양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규제로 인해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획일적 소유지배구조 정책이 경제전체에 미치는 득과 실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난 9월 발표된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에서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기업들이 신속히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한 소유지배구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정책입안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획일적 소유지배구조 정책도 좀 더 유연하게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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