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죠."
18일 쿠팡의 서울 캠프인 동남권물류단지에서 본 쿠팡맨이 건넨 첫마디다. 기자의 질문에 사뭇 진지한 모습의 그가 얼마나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는 배송 전부터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완성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가짐이 읽혔다.
물류단지의 아침 풍경은 여느 기업과 달랐다. 쿠팡맨들이 편지와 풍선, 블루윙이라 적힌 상자부터 챙겼다. 전날 쿠팡맨들이 배송지 고객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쿠팡 측은 “이곳에서 쿠팡맨들은 배송 전날 미리 고객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다. 주로 고객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풍선을 준다”면서 “모든 물품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한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쿠팡맨과 분류작업 헬퍼들이 1t 트럭 100대에 각각 수백개의 물품을 옮겨 싣고 있었다. 시선이 멈춘 곳은 직원의 발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트럭 위에 올라 물품 정리를 하는 직원은 신발을 신지 않고 있었다. 쿠팡 측은 "고객에게 전달할 ‘기프트’의 손상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배송품을 ‘기프트(gift·선물)’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객에게 선물을 드린다는 의미에서다.
한 시간에 걸쳐 트럭에 물품 싣는 작업이 끝나자 쿠팡맨들은 탈의실에 들어가 하늘색 바탕에 ‘coupang’이라고 쓰인 점퍼로 갈아입고 나왔다. 점퍼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만든 것으로 추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도록 두세겹으로 제작됐다. 회사가 쿠팡맨의 세세한 부분까지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다.
9시 10분, 쿠팡맨 100명은 두 줄로 나눠 마주 보고 선 채 복장을 점검했다. 이윽고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어떤 상황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는다. 고객 부재 시 고객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객과의 신체접촉을 절대 하지 않는다.” 쿠팡맨 1년 2개월 차인 김서준(30) 씨가 앞으로 나와 선창하자 나머지 쿠팡맨들이 따라 외쳤다. 짧은 아침 조회가 끝나고 쿠팡맨들은 뿔뿔이 흩어져 배송에 나섰다.
김씨는 트럭에 타기 전 휴대전화를 들고 이날 물품을 전달할 고객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상품 배송 예정 시간 안내와 함께 집·문앞·경비실·기타(보관장소) 중 어떻게 전달받고 싶은지 묻는 문자다. 이때 고객은 쿠팡맨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 없다. 대신 쿠팡 측이 쿠팡맨들에게 발급한 안심번호가 뜬다. 쿠팡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쿠팡 측의 배려다.
9시 20분, 김씨와 함께 배송지로 출발했다. 이날 김씨의 배송 물량은 100개다. 한 집에서 물품을 3~4개씩 주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배송지가 100곳이란 말은 아니다. 20분 정도 달려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트럭에서 내린 김씨는 미끄럼 방지 버팀목을 앞바퀴에 각각 설치했다. 김씨는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첫 배송지는 고객의 요청으로 문 앞에 두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기자가 해보기로 했다. 고객의 문 앞에 물품을 놓은 뒤 날개 모양의 종이와 파란 리본을 붙였다. 품은 들었지만 정성이 들어간 만큼 받는 이가 느낄 감동이 클 것 같았다. 김씨는 “갈 때마다 음료수를 준비해서 주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팍팍해진 시대에 한국인의 정(情)을 배송 서비스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어느덧 오후 12시. 오전 배송을 마친 쿠팡맨이 점심을 먹는 시간이다. 김씨는 “12시든 1시든 점심시간이 대중은 없지만 되도록 거르지 않고 끼니에 맞춰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후 배송은 보통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끝난다. 오후 업무를 마치고 김씨는 다시 캠프로 돌아갔다. 차량 정비를 하고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다음날 배송지 고객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나름대로 고객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다. 일과를 마친 쿠팡맨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날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은 없었는지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연다. 이 모든 일정이 끝나면 오후 8시. 저녁식사는 퇴근 후에 한다. 이렇게 쿠팡맨들은 주 6일의 빼곡한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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