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일본정부가 연말에 발표할 예정인 통신요금 인하 대책 수립을 위해 한국의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을 참고해 유사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정부가 내놓을 단통법 수준의 규제 수위가 법으로 제정될지 가이드라인 혹은 자율규제로 제시될지 강약의 조율이 남아있는 상태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11월 초 오오타 나오키(太田直樹) 총무대신 보좌관(ICT담당)과 나이토 신이치(内藤新一) 총무성 요금서비스기획관을 조사단으로 파견해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KT,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판매대리점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총무성 조사단은 귀국 후 보고서를 작성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를 받은 후 다카이치 총무상은 지난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캐시백 등 단말기 인하 경쟁이 격화되면서 통신사업자들도 피폐해지고 있다"면서 "매우 과도한 캐시백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기서 발생한 손실을 통신요금에 전가해 왜곡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 형태로 법을 제정했다"면서 캐시백 등 과도한 단말기 인하 경쟁을 억제시키기 위해 한국의 단통법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왜곡된 경쟁에 투입된 자원을 기술혁신과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통신사업자들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정부가 단통법을 면밀히 연구해 국내에 도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일본 통신업계관계자는 "일본국내에서는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단말기요금과 통신요금의 합산"이라며 "이 점이 한국의 통신시장 상황과 매우 흡사한 부분으로 오히려 보조금 경쟁은 일본이 한 수 위"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관계자는 "단통법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해외에서 몇 안되는 선행사례로서 정부가 중요시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이동통신요금 인하 대책 수립은 지난 9월11일 열린 일본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갑작스런 통신요금인하 지시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아베총리는 “이동통신요금의 가계부담 경감이 큰 과제”라고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주무부처 수장인 다카이치 총무상이 “이동통신 요금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말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답변하면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본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직접 나서 규제하려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요금제도로 혜택을 받고 있는 다수의 이용자들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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