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만나 문 대표가 전날(18일)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체제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박 시장은 "현직 서울시장임을 감안해 협력 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며 문 대표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3인 체제' 성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인데다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 朴, '문·안·박' 연대 수락…협력방안 모색키로
문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시민청에서 열린 '문재인·박원순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박 시장과 함께 참석한 뒤 40여분 간 비공개로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공동합의문을 통해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 중단없는 혁신과 통합이 우리 당에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는 데에 공감했다"며 "안 전 대표의 근본적인 혁신방안 실천이 중요하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 시장은 당의 혁신과 통합을 이루자는 문 대표가 제안한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고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감안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자리에 배석한 박광온 대표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시장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언론에 답을 한 것인데, 마치 거부한 것처럼 보도가 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며 "박 시장이 (문·안·박 공동 지도체제에) 적극 찬동하고 당이 하나가 돼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며 협력할 부분을 찾아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안 전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고 박 비서실장이 전했다.
그동안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듭 거부했던 안 전 대표는 이르면 오는 22~24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비주류 "文 오히려 분란만 가중" 반발…당 내홍 분수령
하지만 당내 비주류는 들끓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를 향해 "실현 불가능한 해법을 가지고 오히려 혼란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각 계파가 참여하는 통합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최선의 갈등 돌파구라고 거듭 제안했다.
문병호 의원도 "(문 대표의) 제안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당의 위기를 전혀 치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문 대표나 친노 쪽에서 계속 안 전 대표를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들러리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안 전 대표가 이 당에 있고 싶겠나"라고 비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문 대표가 "저를 흔드는 분들은 자신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여당 내 비주류를 심판하고, 자신을 따르는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섬뜩한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제1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당내 갈등을 겪는 사이, 전날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천 의원은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한 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그는 이날 "문 대표가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지만 당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은 해체에 준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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